탐구생활/Newbie Story

[+35weeks] 아기랑 여행하기

토닥s 2013. 6. 6. 18:54

밀린 Newbie Story ②

한국에 있는 동안 밀린 육아일기.  사이사이 메모를 남기기는 했는데, 내가 남긴 메모를 내가 봐도 모르겠네요.  얼른 기억을 더듬어야겠어요.


누리에겐 한국으로 가는 것 그 자체가 장거리 여행이지만, 한국에 가서도 강원도로,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녔어요.  다니면서 '아 이건 꼭 어디 남겨놔야겠다'했던 생각들입니다.


아기 먹거리


보통 아기와 장거리 여행을 하게되면, 단거리 여행이라 하더라도, 엄마들은 분유를 다 챙겨간다고 합니다.  분유 수유일 경우.  여행아니라도 분유를 가능하면 바꾸지 않기 때문에 챙겨가는 것이지요.  저도 한국가기 전 분유를 3~4통 정도 들고가려고 했는데, 요즘 이곳에 분유 품귀현상이 일어서 한 번에 2개 이상 구매가 안되더군요(요건 담에 자세히).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 번 식재료를 배달하는 곳에서 2통 구입하고, 나머지 1통은 직접 집에서 가까운 대형 마트에 가서 구입을 했어요.  1통은 집에 여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1통도 셀프데스크에서 결재하려면 직원이 주류를 팔듯이 와서 확인을 한 다음에야 결재가 되더라구요.  허걱했죠.


마트에 간 김에 혹시나 제가 이유식을 만들지 못할 때 1박 2일 여행 중 또 여행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 병이나 파우치에 담긴 이유식도 샀습니다.  이제까지 만든 이유식만 먹여서, 그런 경우는 여행 전에 시판이유식도 먹여보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어떤 걸 살지 막막해서 만만해 보이는 Oganix 과일+쌀 종류와 간식으로 먹을 Hipp 과일+요거트를 샀습니다.  떠먹는 요거트처럼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담겨 있는 것들요. 

아기는 매일 고기를 먹어야 한데서 고기류가 들어간 이유식을 사려고 했는데 딱히 정보도 선호도 없어 이유식 선반 앞에서 한참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선반을 쓸어가듯 사가는 파우치형 이유식이 있길래 그걸 샀습니다, Ella's Kitchen.  소고기맛 둘, 닭고기맛 둘. 

영국에서 한국가면서, 일본에 가서 먹여보니 과일 종류는 다 잘먹는데 Ella's Kitchen은 안먹더군요.  "이거 비싼거야.."하면서 몇 번을 시도해도 먹지를 않아서 개봉한 이유식은 다 버려야 했습니다.  왜 안먹을까를 생각해보니 냄새가 좀 강하더군요.  집에서 이유식을 만들땐 워낙 소량의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어 냄새가 없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쇠고기는 핏물을 제거하고 닭고기는 분유물에 넣어 잡내를 없애기 때문에 고기가 들었다해도 거의 냄새가 없어요.  그런데 Ella's Kitchen은 개봉하는 순간 고기냄새가 확 나더군요.  아기에 따라 잘 먹기도 하겠지만, 이유식 구매를 고려한다면 참고하세요.



또 다행히 누리는 일반 병생수에 우유를 타먹여 버릇해서, 끓이지 않고, 한국가서도 그냥 병생수 사서 우유를 타먹였습니다.  집을 나설때마다 작은 병에 물을 채우고 나가고, 다 먹고나면 아무 편의점에나 들어가 생수를 사서 먹였습니다.  다행히(?) 날씨마저 훈훈해서 물을 따로 데우거나 하지 않아도 우유가 잘 녹더군요.


아기 입거리(?)


한국갈 때 3주가 약간 넘는 동안의 기저귀를 저는 영국에서 가져갔습니다.  출발하기 전에는 부모님 집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해 배송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기스 정도, 가격이 싸지를 않더라구요.  검색에 재주가 없어 소매가로만 제가 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기스가 개당 가격이 영국의 두 배.  누리가 쓰고 있는 네띠도 그 이상이라 수화물 허용량도 많다면서 3주치 기저귀를 싸매고 갔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올땐 기저귀 다써버리고 한국음식을 채워왔어요.(^ ^ );;

기저귀 가격이 '두 배'라면 한국의 지인들은 영국이 두 배 비싸다고 생각들하는데  그게 아니라 한국이 영국의 두 배 비쌌습니다.  그럼 임금 대비 한국이 얼마나 비싼건가.

한국갈 때 누리가 당시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들고 갔어요.  아기 옷이라는 게 순식간에 작아져 못입기 때문에 한국서 입다가, 작아지면 출산을 앞둔 지인들에게 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크기보다는 날씨 때문에 들고간 누리 옷은 거의 못입혔습니다.  5월이라도 아기니까 긴팔 옷이 입혀질꺼라 생각했는데 한국의 날씨는 예상보다 많이 더웠어요.  다행히 여기저기서 반팔 옷 또는 얇은 긴팔 옷을 선물받기도 해서 그걸 입혔어요.  영국돌아오니, 영국이 갑자기 기온이 높아졌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한국서 유용하게 입었던 반팔 또는 얇은 긴팔 옷은 입혀질 일이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 -);;


여행용 유모차를 사고보니 생각보다 차양의 길이가 짧아서 모자를 사려고 했는데, 영국엔 몇 군데를 둘러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그냥 한국가서 사야겠다고 갔어요.  한국에 딱 도착해서 바로 만난 G양이 선물이라고 모자와 재활용천으로 만든 고릴라인형을 들고나왔더군요.  역시 센스쟁이, G양! 



그 모자가 요 모자.  창이 너무 넓어 얼굴을 다 가려버리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과 아무렇게나 접어 가방에 넣기 좋은 천모자라 저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땡땡이와 꽃무늬가 양면이라 번갈아 씌울 수도 있었는데, 지비는 꽃무늬가 시골에 밭매는 할머니들이 쓰는 모자같다면서.(^ ^ );;

일본에서 여름용 보자를 사기 전까지 자~알 썼단다, G양.



요건 일본에서 산 여름용 모자.  아가짱혼포에서 구경하면서 씌어보고 사진만 찍었는데, 돌아나오는 길에 자꾸 눈에 밟혀서 그냥 사버리고만 모자.  지비는 폴란드에 갈때 씌우고 가서 패션의 바람의 불러 일으키겠다면서.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합니다, 모자가,만 생긴게 저래서 아무렇게나 접어 넣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소재가 그렇다보니 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기들은 모자를 쓰기 싫어한다는데, 누리는 씌어놓으면 잘 쓰고 있습니다.


하여간 아기의 입거리와 관련해서 저는 패션에 센쓰가 없는 엄마라 반팔을 입혀야 할지, 어째야할지 날씨에 적응을 못해 쩔쩔 맸는데 아무래도 여행할 땐 반팔, 긴팔 다양하게 들고 다니면서 아기의 상태에 따라 덧입히고, 벗기고를 반복해야 하는 게 정답일듯 합니다.  누리는 제가 그걸 못해줘서 한국서 땀 뻘뻘 흘리다가 감기 걸렸습니다.(ㅜ ㅜ )


그리고 일본여행 뒷담화


이번에 한국에 가서 오사카-교토를 간다하니 가기 전부터 엄마는 "아기 피곤한데 어디를 갈려하냐"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요.  다녀보니, 또 한국과 비교해보니 일본이 한국보다 아기와 다니기에 훨씬 낫더군요.  단 날씨가 한국보다 덥다는 것만 제외하면.


런던에서 외출을 할 때면 저는 어디서 기저귀를 갈 수 있는지 미리 체크를 합니다.  체크가 어려우면 어디라도 스타벅스나 코스타, 특히 코스타,에 가면 기저귀를 갈 수 있다는 생각정도를 가지고 갑니다.  코스타는 웹사이트에서 어느 매장에 아기 기저귀 교환 시설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어 요즘 들어 코스타에 자주 갑니다.  근데 한국은 답이 없더군요.  그리고 교토도 오래된 문화재니 그런 시설이 있을까 은근히 걱정되었습니다. 

일본은 가보니 웬만한 도로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유모차나 휠체어를 끌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오사카에서 묵었던 곳이 신사이바시라는 곳과 가까웠는데, 쇼핑의 중심지라고 알려진, 지하상가와 쇼핑상가가 잘 연결되어 더운 날씨에도 그늘로, 그늘로 잘 다녔습니다.

교토에 가서는 긴카쿠지와 기요미즈데라 두 군데를 갔는데요, 두 곳 모두 입구가 경사와 계단으로 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가긴 어려웠어요.  그건 예상했던 일라서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한국서 친구에게 증여받은 아기띠가 있어 유용하게 썼어요.  그래도 더운 날씨에 아기까지 안고 가려니 헉헉. 

하지만 아기와 여행하는 엄마라면 늘 걱정인 기저귀 교환 시설이 다 설치되어 있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교토뿐 아니라 오사카에서도.  특히 교토는 관광지답게 노약자를 위한 화장실이 늘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명 장애인화장실, 그곳에 아기 기저귀 교환 시설이 있어 지비와 함께 들어가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자 화장실에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어면 혼자 들어가 낑낑대며 기저귀를 갈아야 하거든요.

그래서말인데요, 한국의 장애인화장실에도 아기 기저기교환대를 설치하면 어떨까 해요.  비교적 공간이 넓기도 하고 또 사용빈도가 적은 편이니.  하지만 화장실을 나눠써야 하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또 어떤지 모르겠네요.






교토의 관광지뿐 아니라 오사카도 웬만한 건물엔 기저귀 교환시설이 있어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었죠.  한국도 다녀보니 고속도로의 휴게실, 기차역엔 수유시설+기저기교환시설이 다 있어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 외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시내에선 백화점과 마트 정도만 기저기 교환시설을 찾을 수 있어 그런 시설의 팬이 아닌데도 사람들을 만날 땐 무조건 백화점만 찾게 되더군요.

부모님과 함께간 민락동 회센터에선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기저귀 갈만한 곳을 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갈라해서, 지비랑 눈치보면서 구석에서 후다닥 헤치웠습니다(?).  그나마 약간 이른 시간이어 손님이 없었고, 저희 테이블이 구석자리길래 망정이지.


아!  서울역에 수유시설이 2개인데, 사람들이 많은 1층에 하나 3층에 하나가 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는 날 G양을 1층 수유시설에서 만나자고 했지요.  그런데 그 수유시설이 말입니다.  조그만 방에 칸막이가 있고, 문과 가까운 쪽에서는 기저귀를 갈 수 있고, 칸막이 안쪽에서는 수유를 할 수 있도록 소파가 있었습니다.  '그게 어디야'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들어가 누리의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다른 아기 엄마가 와서 수유를 하려고 했어요.  입구를 제가 막고 있는 격이어서 제가 수유실에서 나가야 다른 엄마가 칸막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만큼 입구가 좁았습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온 길이어서 누리 옷을 갈아입히려고 했기 때문에 제가 오래 머물렀죠.  옷갈아 입히고, 기저귀 가는 동안 제가 몇 번을 들락날락했는지 모릅니다.  이쯤되면 비어, 속어 입에서 쏟아지죠.  그러면서 서울역사 한 켠에 넓직하게 만든 장병휴게실이란 걸 보자니 기가 찹니다.  장병휴게실이 넓다고 탓하는 거 아닙니다.  수유실이 좁아터졌다고 뭐래는거지.(- - )

돌아오는 길 부산역에선 표에 문제가 생겨 매표소에 줄을 서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늦어서 내가 매표소에서 표를 해결하는 동안 지비에게 수유실에 가서 기저귀를 갈라고 했습니다.  표를 해결하고 수유실로 갔더니 수유실이 문이 잠겼다 합니다.(- - );;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기저귀 교환대에서 급하게 기저귀를 갈고 막 청소하러 오신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수유실 입구에 달린 버튼으로 직원을 호출하면 직원분이 오셔서 문을 열어준다고 적혀있다는데, 지비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 );;


한국도 점차 나아지는 단계라고는 생각하지만 아직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언니들은 어떻게 애 키웠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물어보니 다들 차에서 해결했다고 하더군요.  그건 다른 한국의 부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같이 차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합니까.(ㅜㅠ )



여행 전에 야심차게 여행용 유모차를 샀지만, 생각만큼 쓰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  하지만 공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는 잘 썼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한국보다 더워 아기를 안으면 아기도 힘들고, 저도 힘들어 아기도 유모차가 편한가 보드라구요.



한국보다는 여러모로 아기와 여행하기 편한 곳이 일본이 맛긴 하지만 딱 한가지, 지비를 허걱하게 만든 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흡연입니다.  저도 일본은 여러번 갔어도 애 딸린 엄마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 그 문제를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일본가면 꼭 이자까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자까야가 겉보기에도 좁아서 아예 시도도 안해봤어요.  그보다도 흡연 때문에 넓은 식당도 못들어가겠더군요.  일본에선 웬만한 식당, 까페도 흡연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더군요.  일본의 스타벅스가 유일에게 금연공간임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일본가서 스타벅스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자까야는 구경도 못해보고, 저녁마저도 벤또 사들고 호텔가서 먹어야 했다는 것 아닙니까.  흡연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본의 맹점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유모차에 아기띠에 지비랑 저랑 각각 배낭 하나씩 매고 쉽지 않은 일본여행이었지만, 짧기도 해서 더 정신이 없는, 한국과 일본 중 어느 곳이 아기와 여행하기 더 낫냐고 물으신다면 아쉽지만 일본입니다.  거리도 멀지 않으니 출산 후 아기와 첫 나들이로 일본여행이 좋겠네요.

(왜 마무리가 일본여행 홍보..냐..( ' ')a)


개인적으론 누리가 기저귀만 끝내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유는 어디서도 타서 먹일 수 있는데, 기저귀는 그러지를 못하니까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편한 여행이 되려면 이유식 시작전에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유식에, 우유에, 기저귀에 좀 힘들긴 하더라구요. 

아기시차적응은 정말 운인 것 같습니다.  한국 갈 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영국으로 돌아올 땐 적응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원래 밤낮 바뀐 아이가 아니라면 일주일이면 돌아온다 편하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일주일이 좀 고통스럽긴 했지만서도.


어제 지비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국 다녀온 건 휴가인데, 왜 다녀온 뒤 나는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육체적으로 피곤한지.  너무 바쁘게 다녀서 그렇다는 지비의 대답이었는데, 한국을 언제가도 바쁘지 않게 다닐 수 있을까 싶네요.  그곳이 다시 집이 되지 않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