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life] 토요산책

토닥s 2012. 10. 30. 01:12

요즘은 토요일마다 산책을 나간다.  산책 혼자서도 누리 데리고 나갈 수 있지만, 혼자서 나가면 들어올 때쯤 꼭 혼이 빠진 사람이 된다.  아직 혼자는 무리다.  주로 나가서 하는 일 별 거 없다.  주택가를 10~15분쯤 걸어나가면 있는 하이스트릿에 가서 기저귀를 사오거나, 간식으로 먹을 쿠키를 사오거나, 토요일 저녁으로 먹을 거리를 사오거나.  그래도 그 토요일의 산책이 얼마나 꿀맛인지.  일단 누리가 내 품을 벗어나도 울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에게 평안와 위안을 준다.  누리는 유모차에 넣으면 우는데 일단 집을 나서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신다.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서기까지가 힘들지, 오죽했으면 잠 못들어서 칭얼거릴 땐 한밤이라도 집을 나가고 싶다.

덕분에 우리는 이야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또 걷기도 하고.




남의 집 나무인데, 나뭇잎이 하트모양.  게다가 정열적인 빨강.  좀 용기있게 담장을 넘어 들어가 가까이서 찍고 싶었으나 요즘은 사진찍을 때 소심쟁이 모드라서.( ' ');;




휴대전화 카메라가 아니라 제대로 된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운 컬러.  필름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도 같은데.



여기저기 할로윈 마케팅이 한참이다.  Waterstone이라는 서점 유리벽에 붙은 아이들 솜씨. Half term, 일주일 간의 짧은 방학, 이라고 서점에서 아이들과 할로윈 관련 워크샵을 한 모양이다.



서점에서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중고서점이 나온다.  길가에 내어놓은 책중에 '아시아의 BBQ'가 보이길래 한국 껀 있나 찾아봤다.  딱 2개의 한국 음식.  갈비라곤 하지만 그냥 Ribs을 갈비양념해서 진정한 갈비라고 하긴 어려워 보였다.  더군다나 고기를 rare 또는 medium으로 요리한듯 보였는데, 한국음식은 그렇게 요리안하는 것 같은데.( ' ')a



Robert dyas라는 잡화점 윈도우에 70년대 스타일 전화기를 내놓았다.  모양만 그렇고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진짜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70년대 스타일 전화기.  누가 사갈까?



Paperchase라는 문구점.  벌써 크리스마스 카드.  하기야 길거리도 벌써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이 끝났고, 11월 1일 점등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얼른 사서 부지런히 써야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하지 싶은데.  쓰는데 시간이 걸려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시작해야 한다.


근데 요즘은 그런 고민에 자주 빠진다.  선물이 없어도, 카드 하나가 진정한 선물이 될 수 있고 기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매년 주변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내왔다.  카드 구입비용 빼고 여기서 한국과 폴란드로 날아가는 우편료만 £40~50인데.  사람들은 그런 '절차와 의례'를 기쁨이라고 생각할까 하는 고민.  우리가 한국과 폴란드로 보내는 건 30여 통이지만 우리가 받는 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이곳만큼 큰 비중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뭐랄까 소소한 기쁨이 사라진듯하다.  뭐, 한국에 있었으면 나도 문자메시지나 주고 받았을지도 모르지.



토요일 산책을 마치고 지비가 만든 햄버거로 저녁 해결.  뭔가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그저 누리만 안고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주는대로 먹어야 한다.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그래야 다음에 기쁘게 또 하지.  칭찬은 지비를 춤추게 한다.(^ ^ );;



나는 육아 블로거 아닌데(i i ), 그냥 잡다 블로거인데 어쩌다보니 육아 이야기만 냅다 올라가는 것 같아서 시덥잖은 이야기라도 올려봄.  누리가 자는 틈에.(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