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꼬리곰탕

토닥s 2012. 9. 27. 09:09

월요일 B언니와 S님이 집에 왔다.  아기도 보고 밥 한 끼 해준다며.  B언니는 한인타운에 가까운 곳에 사는 관계로 아기에게 줄 선물을 대신해 한국음식을 사오겠다고 했다.  불고기, 돼지갈비 그리고 각종 반찬을 사들고 온 B언니가 사온 또 한 가지.  바로 소꼬리.( ' ');;  "산후조리엔 이런 걸 먹어야 한다"며.  그냥 주고만 갔으면 내가 어쩌지를 못해 집 냉동실에서 몇 달을 지내게 됐을 소꼬리.  B언니와 S님이 "이거 쉬워!"하면서 물에 담궈두고 훌쩍 떠나심.( i i)  틈날 때 마다 핏물을 갈아주며 하룻밤을 보냈다.  어제 아침 일찍 잠에서 깨서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참 '별 걸 다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재료: 소꼬리

부재료: 파, 후추




인터넷 블로거 사라사되, 깔끔한 꼬리곰탕을 위해서 첫번째로 핏물을 완전히 빼야 한다고. 몇 번 찬물로 핏물을 갈아주었다.  사실 꼬리의 생김새보다 이 피 냄새가 사람의 비위를 좀 상하게 하는 것 같다.  생긴 거라 다르게 비위가 좀 약해서.  욱.. 힘들었다.( - -);;



또 인터넷 블로거 가라사되, 깔끔한 꼬리곰탕을 위해서 두번째로 애벌로 끓는 물에 5~10분 정도 데쳐 건져내서 기름과 끓어져 나온 피를 완전히 씼는게 좋단다.  생각보다 기름기가 많았다.  그 뒤 다시 물에 담그고 그 길로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끓이면 꼬리곰탕은 끝.

누구는 2시간 정도 끓여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6시간 정도 끓여야 한다고.  2시간과 6시간은 꽤 큰 차이구만.  중간 선에서 타협해서 3시간 정도 끓였다.  그런데 한 참 끓이다 보니 한 가지를 깜빡.  중불이나 약한 불로 오래 끓여야 하는데 센불로 펄펄 끓여서 중간에 물을 보충해주어도 국물이 '자작자작'한 꼬리곰탕이 되고 말았다.( - -)a



아침에 끓여 놓은 꼬리곰탕을 점심으로 먹기 위해 먹을만큼 덜어 파를 송송 썰어넣고 끓였다.  마침 먹을 밥이 없어 국수로 대신했다.  그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것도 같아서.  그건 설렁탕인가?( ' ')a

어제 오늘 먹을만큼 덜어 데워보니 이런 음식은 전자렌지로 데우기보다 따로 끓여야 하는듯.  전자렌지에 한 번 데웠는데, 고기들이 기름기가 많아 폭죽처럼 '펑펑'.( I I)



점심으로 먹으라고 내어 놓으니 지비왈, "나도 먹으라고?" "너 먹으라고 사온거니까 혼자 먹어?"라고.  "몸에 좋은 거니까 같이 먹(고 빨리 없애)자"라고 어르고 달래 함께 먹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B언니가 함께 사온 김치가 없었다면 참 먹기 어려운 음식인 것 같다.  하기 어려운 건 둘째치고.  어렵다기보다 그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일 뿐이지만.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이런 음식이 좀 부담스럽다.  먹기도 힘들고.  내가 가장 이해하지 못할 음식 중 하나가 돼지감자탕인데, 부피 대비 먹기 위한 노력 대비 입안에 담겨지는 고기량이 참 작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돼지감자탕과 막상막하의 음식이 이 꼬리곰탕이 아닐까 싶다.  근데 오늘 엄마 말을 들어보니 꼬리곰탕은 국물이 정수라네. ( - -)a


고기를 별로 즐기지도 않는데 나름 산후조리라며 며칠 동안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장이 탈 날 징후가 보인다.  이 꼬리곰탕만 먹어치우고, 고기 자제 좀 해야겠다.

먹기는 힘들지만 요것저것 다양하게 마음써 챙겨온 B언니와 S님께 이 글로나마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