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포토벨로 마켓

토닥s 2012. 9. 6. 18:37

런던에서 서쪽런던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노팅힐Notting Hill이라는 곳이 있다.  영화 <노팅힐>의 바로 그 노팅힐.  동네가 참 오묘한 곳이다.  노팅힐에 있는 포토벨로Portobello라는 길을 따라 엔틱마켓, 푸드마켓 등 몇 가지가 쭉 이어져 있는데 포토벨로 로드의 입구 격인 노팅힐 게이트Notting Hill Gate와 근처의 홀랜드파크Holland Park는 무척 '영국스런' 동네고, 포토벨로 로드의 출구 격인 레드브로크 그로브Ladbroke Grove는 커리비안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아프로-아메리칸스런' 동네다.


지비가 운동하는 짐gym이 레드브로크 그로브쪽 포토벨로에 있고, 집에서도 멀지 않아(차로 15분쯤, 버스로도 25분쯤) 할 일 없는 일요일 오후에 종종 나가 차를 마시곤 한다.  한 달에 두 어번?  지비가 운동하는 동안 차에서 기다리거나, 혼자서 마켓 구경하다가 운동을 마치면 같이 늦은 점심을 먹거나 지비의 친구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주로 내가 앉아서 기다리기 좋아하는 곳은 우리 동네에도 브런치가 있는 키친팬트리Kitchen Pantry라는 곳이고, 지비의 친구 해럴드가 좋아하는 곳은 까페 네로Cafe Nero라는 스타벅스격 커피전문점.  두 곳이 멀지 않다. 

7월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까페 네로에서 가까운 곳에 꽤나 이름있는 까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커피플랜트Coffee Plant.  이름이 있는 이유는 커피콩이 유명해서.  포토벨로에 있는 여러 까페에 커피를 배급하기도 한다는 까페.  가만히 생각하니 늘 까페 네로로 가면서 사람들로 북쩍이는 그 가게를 본듯도 했다.  '커피가 맛있나보다' 생각하고 가봐야지 했는데, 가보지 못했던 곳.  왠지 앞으로 한참 동안은 포토벨로 나들이를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지난 일요일 오후 지비에게 가보자고 했다.  덕분에 지비도 오랜만에 운동도하고.


지비와 그의 친구들은 운동을 마치면 늘 짐에서 가까운 마칸Makan이라는 말레이지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곤하는데, 내가 그 집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른 걸로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  애초엔 팔라펠Falafel이라는 이스라엘 음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가게 앞에 가고 보니 그도 땡기지 않아 그 일대를 어슬렁어슬렁하다가 뭔가 시끌시끌한 곳을 발견하고 그 소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레드브로크 그로브라는 동네가 좀 위험하기도 해서 나는 모르는 곳은 안가는 편인데.  소음을 따라가보니 런던 시내로 들어가는 고가다리 아래 푸드마켓 같은 것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인도 음식, 라틴아메리칸 음식, 이스라엘 음식 줄줄이 팔고 있었다.  지비는 콜럼비안 음식을 먹겠다고 했고, 나는 그 곳까지 가서 결국 다시 이스라엘 음식을 팔라펠을 먹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다 그곳에 있는 바에서 바 음식, 주로 소세지와 매쉬 포테이토 또는 피쉬 앤 칩스 또는 피자,을 먹으려고 마음을 바꾸었고, 마침내, 결국은 폴란드 음식으로 사먹었다.  변덕쟁이들.( ' ');;


그 작은 푸드마켓 안에는 일명 B급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하는 길거리 상영관도 있었고, 바도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악에 확 끌려서 들어간 바 입구엔 친절하게 밖에서 사온 음식들을 바의 음료와 먹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바에서 돌아나와 폴란드 음식으로 사들고 바에 들어가 음료와 함께 먹었다.








사실 그날 아침도 폴란드 소세지와 빵으로 먹은터라 점심은 폴란드 음식 코너의 돼지고기와 감자 그리고 피클로 샀다.



참하게 앉아 있는 지비.  격렬한(?) 운동 뒤라 무거운 건 먹지 않겠다기에 1인분만 사서 나눠먹었다.  그리고 커피 플랜트로 커피 마시러 고고..




커피 플랜트의 내부는 대학 앞에나 있을법한 간단한 까페.  인테리어 같은 개념은 없고, 간의 의자와 간의 테이블 그리고 wi-fi 인터넷를 제공하는 간단한 까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보니 정말 손님들이 많기는 많았다.  앉아서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그 사람들은 주로 밖에 앉고, 대부분이 테이크 어웨이 손님들 같았다.



배가 불러서 카푸치노로 마시려다 습관적으로 까페라떼로 주문해버렸다.  물론 나는 용감하게 디카페인 까페라떼.  맛없는 디카페인 까페라떼가 어떤지 보자는 마음으로.  싱글 샷을 넣은 스탠다드 한 잔에 £1.80이라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디카페인은 £0.20 추가, 받고 보니 잔이 너무 작은 거다.  한국의 종이컵 사이즈.  벌써 우린 스타벅스 사이즈에 길들여진 거다.  '잉?'하면서 받아들고 와서 자리에 앉아 마셨는데, '오!'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나의 커피는 디카페인 까페라떼였는데도 불구하고.  지비 것도 한 모금 마셔보니 맛있다.  지비도 내 커피를 마셔보고 맛있다고 했다.  몸 생각해서 디카페인 커피 먹겠다고 스타벅스에서 한 번, 그리고 카페 크라프트Cafe Craft라는 브랜드에서 한 번 그렇게 두 번 정도 디카페인 커피콩을 사보고 맛없다고 화를 냈던(?) 나였는데.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고 결론짓고서도 어쩔 수 없이 요즘은 클리퍼Clipper의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정도 디카페인 커피면 투덜거리지 않고 행복하게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사보기로 했다.




갈아놓은 커피 밖에 없어서 '설마'하고 가게를 돌아보던 중 그냥 지나쳤던 벽에서 커피 콩을 발견.  강배전된 디카페인 커피와 중배전된 디카페인 커피 중에서 중배전 된 것으로 골랐다.  강배전은 european roast라고 쓰여져 있었고, 중배전은 full medium roast라고 적혀 있어 약간 헛갈림.  'full medium이 뭐여?'하면서.  최소 판매단위를 물어보니 100g이라고 해서 100g만 샀다.  맛의 비결이 커피 콩이 아니라 바리스타의 손길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100g에 £1.60을 줬나?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치고 많이 싸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당장 다음날 아침을 위해 갈아놓고, 다음날 아침에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어 마셔봤다.  맛있었다.  흐..(^ㅅ^ )

아침에 한 잔씩만 마셨는데 벌써 절반은 먹어버린듯.  이제 지비가 운동 갈때마다 신선한 커피 콩을 사오라고 부탁해야겠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커피 봉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차로 돌아가는 길.  지비도 한 동안 함께 오지 못할 곳이라 아쉬운지, 본인은 일주일에 두 어번은 계속 올꺼면서, 계속 어슬렁어슬렁 마켓 사이로 돌아다녔다.  옷에 관심도 없으면서.  물론 나도 관심이 없지만, 그 마켓에 과연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어슬렁어슬렁 지비를 따라 다녔다.



언제 다시 가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포토벨로여, 잠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