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keyword] squatting right 무단점거의 권리

토닥s 2012. 9. 3. 21:31

어제 아침 먹고 지비와 본 논쟁프로그램에 던져진 이슈가 'is squatting immoral?'였다.  squatting은 무단점거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주로 주거지역 무단점거를 이른다.  폴란드에서 온 지비나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무단점거의 이유를 떠나 법치의 범위안에서는 일단 무단점거는 불법으로 이해되며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선 그것이 불법이냐 불법이 아니냐가 아니라 도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바꾸어 옳으냐 그렇지 않으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내 가 squatting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에 한국에서 주택란 문제로 무단점거하는 파리의 홈리스와 활동가들에 관한 뉴스를 본 적 있다.  그때만해도 프랑스가 꽤나 관용적인 나라로 나에게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프랑스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관용적인 나라가 영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을 또 한번 굳혀주는 이슈가 바로 squatting right다.  물론 나는 더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의 영국은 덜 관용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 접고.


지난 8월 31일까지 영국에서는, 정확하게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squatting이 불법이 아니었다.  이는 1977년에 제정된 법에 의한 것이다.  이 법이 바뀌어 2012년 9월 1일부터는 squatting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6개월까지의 구형을 받을 수도 있고 £5000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squatter들이 개인소유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와 살고 있어도 인권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길고 긴 절차를 거쳐서만 이들을 내쫓을 수 있었다.  물론 squatter들이 집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서.  하지만 지금은 즉시 경찰 신고를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9월 1일로 법이 바뀌기는 했어도 squatter들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지비와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폴란드는 물론 한국 같았어도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잡아갈 사안 아닌가.  하지만 영국에서는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squatter들이 들어와 피해를 주지 않는 전제 아래서 살고 있으면, 한국에서는 재산권에 피해를 주었다고 할 사안이다, 절차를 통해서만 그들을 내쫓을 수 있고, 주인이 있는 상태에서만 squatter들이 들어오면 주거침입 강도buglar로 신고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가 비슷한 법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이슈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이다.  squatting이 범죄냐는 질문에 절반이 약간 넘는 52%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점.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poll/2012/aug/31/squatting-housing?newsfeed=true


물론 48%가 squatting을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squatter들이 이야기하는 주택문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혹은 인권문제 때문에 범죄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 떤 사람들은 영국이 복지병과 파업병의 나라라서 그런 것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자본적인 국가다.  그래서 개인의 재산권에 피해가 될 수 있는 squatter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정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적어도 프랑스보다는 관용적인 법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월스트릿의 반자본주의자들의 점거운동을 뒤따라 시작한 런던이지만 뉴욕보다 오래 도심에서 점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영국의 법과 문화는 연구대상이다.


한편, 주택문제를 이야기하는 squatter들을 보면 왜 그들이 정부와 싸우지 않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과 다투는지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좀더 정당성을 얻으려면 타겟은 주택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며 비이상적인 시장논리에 내맡긴채 높은 집값을 방관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squatter들이 또 그렇게 조직적으로 정책적인 면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하여간 영국 사람들도 연구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