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

토닥s 2012. 5. 19. 04:23

원래도 면 음식을 좋아하지만 아기를 가지고서 사람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없냐고 물어올 때면 '냉면'이라고 답하곤 했다.  임신 12주 이전엔 뭘 먹어도 극심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먹을 때만이라도 맛있는 게 먹고 싶어 둥지냉면을 사서 먹어봤다.  예전에도 먹어본 둥지냉면이었지만, 그 시기에 먹었던 둥지냉면은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어느 날 S님이 임신 후 먹고 싶은 것 없냐기에 냉면이 먹고 싶다 했더니 직접 집으로 와서 해주신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에 관해서는 믿어 의심치 않을 솜씨를 자랑하는 분이라 신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모든 음식에 양념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서도.  특히 맵다.  냉면은 직접 들고 오신다고 해서 나는 달걀만 삶아두고, 오이나 채소만 준비해두었다.

역시나 고수는 달랐다.  냉면만 들고 오신게 아니라 냉면용 무김치를 매콤하게 만들어 오셨다.  그 날 나는 알게 됐다.  냉면의 생명은 냉면용 무김치라는 것을.  또 그 날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역시 음식은 여러 사람이 먹어야 한다는 것.  대화와 함께.  S님과 지비와 함께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저녁이었다.


그 날 이후 직접 냉면용 무김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지금까지 세 번쯤 만들어봤는데, 솔직히 그 세 번 모두 실패.  첫 번째는 너무 조심조심 만드느라 양념을 무척 적게 넣었더니 거의 백김치에 가까운 맛이었다.  그래도 지비와 피클삼아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교훈을 되새겨 인터넷에서 본대로 양념을 넣었더니 짠 맛에 먹기가 힘들었다.  소금이 다르거나, 무의 크기가 달랐던 것 같다.  세 번째는 다시 적은 양념으로 만들었는데 무가 신선하지 않았던지,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시원한 맛이 없었다.

들쭉날쭉하는 냉면용 무김치였지만 그래도 냉면 양념과 섞어놓으면 그럭저럭 우걱우걱 씹는 맛에 먹을만했다.


S님의 권유대로 둥지냉면보다 냉면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들을 사먹기 시작했다.  한국슈퍼마켓에 가서 냉면을 찾고 보니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있는데, 지비가 그 차이를 물어왔다.  예전에도 그게 궁금했었는데, 인터넷에 찾아도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나는 거다.  뭘 살까 하다가 평양냉면이 가격이 약간 비쌈에도 불구하고 선반이 텅텅 빈 것으로 보아 "이게 맛있는 건가 보다"하면서 평양냉면을 사왔다.

집에와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를 찾아보니 함흥냉면은 고구마와 옥수수전분으로, 평양냉면은 메밀전분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엔 몸을 차갑게 하는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이 더 좋다는 것이다.  임신부에겐 몸을 차갑게 만드는 메밀이 좋지 않다해서 그 뒤로 함흥냉면을 먹게 됐다.  뭐, 평양냉면에 메밀이 얼마나 들어있을까만은.


냉면은 대체로 구입해서 먹으니까 냉면용 무김치만 준비되어 있다면 냉면은 참 쉬운 음식이다.


주재료: 냉면, 냉면용 무김치

부재료: 오이, 달걀, 각종 잎채소(비빔냉면의 경우)



냉면을 구입하면 그대로 만들면 되니까 따로 기록해둘 것도 없다.  단 냉면을 삶을 땐 물이 넉넉해야 한다는 팁 정도.  전분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금새 끓이는 물이 껄쭉해진다.  넉넉한 솥에 넉넉한 물과 함께 쉼없이 뒤적이며 면을 삶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둥지냉면의 물냉면 동치미국물이 참좋다.  진짜 동치미국물 맛은 아니지만, 양념이 없어도 심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그냥 사먹는 냉면의 경우 국물이나 육수가 좋기 어려워 그냥 비빔냉면이 안전한 것 같다.  한국에선 물냉면만 고수했던 나이건만.  나도 지비도 매운 음식은 별로라서 냉면 2인분에 1개 또는 1개와 1/3정도의 양념만 넣는다. 

아, 예전에 롯데백화점 식당가에 냉면 맛있는 집이 있었는데.( i i)


먹고나서 속이 불편한 건 둘째고 먹을 때 냄새가 없고, 시원한 맛에 몇 번을 먹었다.  먹을 때는 맛있게.  하지만 사실 지비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질긴 면이 익숙하지 않아서 적당히, 혹은 그 이상을 삶지 않으면 고무를 씹는 기분이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동안 주말마다 먹었던 것 같다.  요즘은 좀 뜸해졌다.  이번 주말에 해먹을까?


그나저나 냉면용 무김치를 맛있게 담는 방법이 뭘까?('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