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life] 지비는 운동 中

토닥s 2012. 5. 15. 05:37

지비는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짐gym에 간다.  예전엔 일반 짐에 두 번, 그리고 capoeira 수업에 한 번을 갔다.  카포에라capoeira는 지비가 하는 브라질 무술.  폴란드에 있을 때부터 시작했고, 런던에 오고서도 계속해서 7년은 훨씬 넘는 것 같다.  런던에서의 지비 인간관계의 절반 이상도 카포에라를 통해서 형성되어 있다.  어쨌든 지금 지비의 레벨은 오렌지-블루코드로 블루코드의 바로 아래 단계인데 블루코드는 수업을 이끌 수 있는 단계다.


2년 전 그 레벨에 이르긴 했지만 작녁엔 결혼식이다 뭐다 일이 많아 열심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쉽지 않겠다, 자기 나이엔 카포에라는 조금 부담스런 운동이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 1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었는데, 그 친구들도 카포에라를 통해 만난 친구들이다보니 자연스레 운동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친구들이 지금에서 중단하는 건 너무 아깝다는 둥, 나 같으면 블루코드 따고야 만다는 둥 지비를 자극했다.  참고로 그 친구들은 요즘 수업에 잘 안나온다고 한다.


그 자극에 힘입어 지비는 다니던 일반 짐을 정리하고, 카포에라 수업이 있는 짐으로 옮겼다.  예전엔 일반 짐에 등록해놓고 거기서 운동하고, 카포에라 수업을 갈땐 수업 이용료 같은 걸 내고 참가했다.  카포에라 수업이 있는 짐에 등록하면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일요일에 한 번 가던 수업에 금요일 수업까지 더해 두 번을 가고 시간이 되면 운동을 하러 짐에 한 번 더 가는 식이다.


다음 달에 바티자도Batizado라는 게 있는데 워크샵과 함께하는 일종의 승격식이다.  3일간 걸쳐 진행되는 바티자도엔 브라질에서 마스터가 오기도 하고, 유럽의 각지에서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3일간의 워크숍은 트레이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카포에라에 기본이 될 수 있는 리듬감을 위해 댄스 워크샵도 있고, 악기 워크샵도 있다. 

카포에라는 무술, 노래, 그리고 연주를 함께 한다.  그 기원은 브라질의 노예들이 저항을 위해 무술을 갈고 닦으면서 그걸 숨기기 위해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마치 음주가무하는 것 같이 보이도록 했다고 하는데.  대중성면에서 한국으로 치면 태권도다.  브라질엔 모든 짐에 카포에라 수업이 있다고 하니까.


하여간 그 다음 달에 있는 바티자도를 위해 요즘 완전 열공, 아니 열운동 중이다.  오늘은 바티자도에서 쨔잔~하고 보여주기 위해 점프를 연습하려고 히드로에 있는 체조 전문 체육관에 갔다.  올림픽 체조선수를 많이 배출한 그런 곳이다.  2년 전에도, 3년 전에도 그곳에서 혼자 바티자도를 준비했다.  참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블루코드를 못받으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학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상태인데 그 단계와 다음 단계는 모르는 내가 봐도 갭이 꽤 크다.  잘 되야 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내가 극성스런 학부모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나도 보는 눈이 있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지비에겐 소질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태권도면 모를까, 앞서 말했듯 카포에라는 리듬이 필요하다.  내가 딱 봐도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지비의 친구들은 다르다.  지비보다 레벨이 낮아도 리듬이 있다.  뻣뻣한 지비를 보고 있으면 '손가락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 영상은 3년 전에 지비가 히드로 짐에서 점프를 연습할 때 심심해서 찍었다.  오늘 저녁도 혼자서 열심히 저러고 있겠구나.


그나저나 지비가 이 글의 제목을 보면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볼텐데 뭐라고 해주지?  (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