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김밥

토닥s 2012. 4. 27. 02:23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김밥을 싼다.  지비의 도시락으로도 좋고, 내게도 반찬없이 먹을 수 있는 끼니로 편해서 자주 싸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도 김밥을 싸기는 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이었는데 그 때 비하면 잦아진 셈이다. 

보통 저녁으로 3인분을 준비해 2인분은 먹고, 남은 1인분을 지비가 다음날 도시락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어떤 날은 2인분으로 딱 떨어지는 저녁을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지비의 도시락으로 마땅한 것이 없을 때 샐러드, 참치, 그리고 마요네즈를 넣어 간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한 달에 한 번이 어떻게 일주일에 한 번이 되었는가.  바로 김밥을 싸는 발 때문이다.


예전엔 그냥 손으로 말았다.  자주 싸지도 않는 김밥 때문에 살림살이 한 가지 늘이는 게 싫어서 손으로 싸는 걸 고수했는데, 어느날 한국 슈퍼마켓에 갔다가 김밥용 단무지와 우엉조림이 함께 담겨 있는 걸 구입했다.  날 잡아서 김밥 쌀 날을 벼르고 있던 참에 발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어온 지비와 그 이야기를 하다가 지비가 일터에서 가까운 차이나타운에 가보겠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산책삼아 차이나타운에 가서 김밥을 마는 발을 설명했는데 지비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를 못하더란다.  다른 상점에 들어가 다시 설명했더니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는 Japan Center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지비가 코리안 스시라고 설명했을테니, 점원은 스시만 알아들었을테다.  결국은 찾지 못하고 차이나타운을 걸어나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상점에 들어갔더니 있어 £1.50을 주고 사왔다.  그래서 김밥의 생명인 단무지와 함께 만들 도구도 갖추어진 셈.  지비가 퇴근하기 전 김밥에 넣을 재료를 준비했다.


주재료: 김, 밥, 단무지, 오이, 당근

부재료: 고기 또는 햄, 맛살, 달걀, 우엉, 시금치, 깨, 밥 양념


재료 준비는 간단했다.  단무지와 우엉은 이미 조리되고 준비된 걸 샀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오이는 길이에 맞추어 썰고, 당근은 썰어 약간 볶았다.  달걀도 부쳐 속재료답게 길이로 썰었다.  이 날은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해 볶았다.  나름 불고기깁밥을 떠올리고 만들었다.  시금치도 데쳤다.


 


지비도 맛있게 먹은 이 날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  역시 김밥의 생명은 단무지로구나하는 것과 김밥 발이 있어야 단단하게 말아진다는 것.  이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말게 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이젠 뚝딱 준비하고 뚝딱 만든다.  단, 단무지만 있으면.  그런 이유로 단무지가 주재료에 들어가 있다.

사진의 김밥을 말던 날은 고기를 양념해 볶아 넣었는데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아 그냥 햄으로 바꾸었다.  맛이 깔끔하고 준비하는 것도 편해져 햄을 더 선호하게 됐다. 

'이제 나는 김밥은 득했구나'하고 생각했을 때 미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깁밥을 싸 먹던 김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냥 구워서 밥 싸먹기도 하는 그런 김이었다.  우리는 주로 김밥을 싸거나 구워 잘게 잘라두었다가 국과 같은 음식에 고명으로 올려 먹었다.  그 김이 떨어져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김을 사왔다.  김밥용 김으로.

김밥용 김은 가지고 있던 김보다 약간 두꺼워 보였고, 약간 구워진듯 색깔이 푸르스름했다.  그 김밥용 김으로 김밥을 싸고서 알게 됬다.  '김밥엔 김밥용 김이 따로 필요하구나'. 

경험도, 김밥 발도 갖추었으니 '이제 진짜 김밥은 득했구나' 싶다.  사실, 더 배워야 할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밥 양념을 못해서 나는 일본 스시수를 쓴다.  그래도 이만하면 족하다.  그럼 그럼.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내가 도시락을 싸서 킹스톤에 가야하는 날, 아침마다 나는 김밥을 싼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