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plant] 밭놀이

토닥s 2012. 4. 26. 03:31

2주 전쯤 바르셀로나의 상인이가 한국 채소 씨앗들을 보냈다.  깻잎, 들깨, 배추, 김장무, 대파, 그리고 브로콜리.  4월 가기 전에 서둘러 보냈다.  받고서 나도 서둘러 심어야지하고 지비와 이야기나눴는데 그 주말 지비가 앓아눕는 바람에 화분을 사러나가지 못해 하루이틀 미뤘다.  평일에 내가 나가서 화분을 사와도 되는데, 지비 뒤에 내가 감기에 걸려 집콕하느라 그도 못하고 하루이틀 보내고 말았다. '더 늦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집에 있는 재활용쓰레기통을 뒤져서 흙을 담을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아래에 구멍을 뚫기 쉬운 통들을 모았다.  그래서 얼추 4월에 심을 수 있는 4가지 씨앗, 깻잎, 들깨, 대파, 배추를 위한 통을 마련.  작년에 지난하게 길렀던 콩과 토마토를 다시 심을 것인가 고민하다 심기로 결정.  여분의 통을 더 마련해서 심었다.  일명 밭놀이.



싹을 틔우면 화분을 사다가 옮겨줄 예정이다.  화분 사러는 언제가지?( ' ')a

요것들이 씨앗을 심은 내용(?).  혹시나 나도 잊어먹을까봐 기록삼아 남겨둔다.(^ ^ );;




덤으로 발코니의 화분들 공개!




이 아이비는 99p주고 사왔다.  정말 한 가닥의 가지밖에 없었는데 많이 자랐다.  사실 작년 가을과 겨울에는 잘 자라지 않다가 올 봄들면서 부쩍 더 많이 자랐다.



이 이름모를 나무는 지비가 골랐다.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그래, 겨울에 크리스마스 트리로나 쓰자하면서 사왔다.  겨울 내내 집안에 두었다가 3월 중순쯤부터 밖에 내놓았는데, 애들은 좀처럼 자라는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연초록 때깔만은 곱구나.



작년에 토마토와 콩 자라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 지비는 과일을 먹다가 씨앗을 발견하면 "이것도 자랄까?"하면서 무조건 흙 속에 밀어넣었다.  그래서 이 식물은?  오렌지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오렌지를 먹다가 나온 씨앗을 흙 속에 밀어 넣었더니 요렇게 자랐다.  작년 여름에 심었으니 오렌지 따려면 몇 년을 더 길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 )a



이건 알 사람은 잎만 봐도 알겠지만 딸기.  이것도 작년 늦여름에 심었는데, 작년 늦여름 이후 계속 이 상태다.  물론 겨울엔 실내에 두었고.  요즘 들어 부쩍 자라는듯 보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들에겐 추운 날씨인 것 같다.  왼쪽의 딸기 화분은 역시, 일부는 블루베리일꺼다, 지비가 딸기에서 씨앗을 떼어내어 심은 것이다.  오른쪽의 딸기 화분은 사연이 있는 화분인데, 가든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아이들이 취미삼아 키우는 작은 딸기 키트kit를 사왔다.  종이컵에 흙과 씨앗이 담겨 있는 장난감 같은 키트.  와서 설명서대로 물주고 기다려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두달쯤 지나, 여름 다 지나고 흙에 곰팡이가 생겨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쓰레기통에 탁 털어 넣으려고 했는데, 컵안쪽에 그러니까 흙아래 작은 봉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씨앗이 봉투에 담겨 있었던 거다.  우리는 것도 모르고 빈 흙에 물만 계속 준 셈이었다.  그래서 그 봉투를 뜯어 키웠더니 저런 딸기가 나왔는데 역시 저 모양대로 겨울을 다 났다.  올해 우리는 대체 딸기 구경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어제 K선생님이 이메일로 이 쌀쌀한 날씨에 발아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컨테이너에 랩을 씌워두면 일종의 온실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셔서 그 이메일 보고 바로 랩을 씌였다.  숨구멍도 잊지 않고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 내주고.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추운 날씨에도 랩 안에 습기가 송글송글 맺힌 것이 '정말 온실 같나보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배추와 콩이 싹이 났다.  하하하!!  깜찍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