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book] 먼지의 여행

토닥s 2011. 12. 20. 18:08

신혜(2010). <먼지의 여행>. 샨티.

이 책을 읽으려고 들고 나간날, 나보다 먼저 일을 마친 S님이 커피 한 잔 하자고 기다리겠다고해서 내 가방 속에 책이 있으니 읽으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맛본 S님의 말이 '간단한 책이 아니야, 좀 어려워' 그러길래 '그런가?'하고 집에 돌아가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돈 없이 여행을 한 작가의 이야기를 본인의 그림과 본인의 글씨로, 인쇄체가 아니라 손글씨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채워진 책이다.  돈 없이 여행한 짠돌이식의 무전여행기는 아니다.  그 보다 종교적 신앙고백에 가깝다고 나는 느꼈다.  이 대목에서 약간 정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남들처럼' 대학을 나온 그녀가 졸업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백을 하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공감과 측은함이 생겼다. 
학생운동이다 시민활동이다 그런 거창한 것 없이도 이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사회적 활동을 공기로도 나눠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됐다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녀는 그 불확실한 현재를 뒤로하고 여행을 떠난거다.  계기는 '순례자'로 표현되는 커플을 만나서지만, 이후는 혼자서 여행을 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돈 없이 여행하고 있다는, 얻은 돈으로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최대한의 충만함을 느끼며 일년 여 여행한 기록이다.  많은 시간을 인도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나만 그 충만함을 소유할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여행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도에서 관광을 하고 있다는 점.  일본이라는 사회는 내가 보기에 한국보다 모순이 더 극대화 된 사회다.  한국보다 앞서 젊은이들이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피해자가 됐다.  그래서 그 젊은이들이 먼저 떠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그 뒤를 따라가기보다, 그 지경이 되기 이전에 숨구멍이 조금 트였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지은이는 그런 '쉼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모가, 사회가 등떠밀어 대학까지 나왔는데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됐다는 지은이의 고백이 꼭 그녀만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의 낭독회 영상을 인터넷에서 봤다.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는데 약간 놀랐다.  그 사람들이 혼자서 아파하고 있는, 있었던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그 낭독회를 통해서 꼭 비슷한 모양의 길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여행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이 되었든, 생활이 되었든 자신이 이 숨막히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구멍을 만들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책으로 그런 사람의 경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절대다수의 우리 젊은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근데 여행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책들을 외면하지 못하는지 내 자신도 알 수가 없다.  대리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