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book]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토닥s 2011. 9. 6. 02:22

강수돌(2010).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생각의 나무.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고서도 시원하지 않던 그 마음.  그들이 조목조목 짚어낸 이야기 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엔 '그래서 어쩔껀데'라는 물음이 남아 있었다.  구체적인 질문이 남아 있었다기 보다는 샌님같이 떠들기만 하는 그들의 책에 염증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 오랫동안 장바구니 안에 있던 이 책을 구입했다.  오랫동안 장바구니에만 담았던 이유는 책이 너무 유치할 것 같아서.  제목이 너무 쉽고 상투적이지 않은가.


책은 유치하지 않았다.  간단하고 선명했다.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던 그가, 그는 경영학 교수이기도 하다, 분에 못이겨 누군가의 멱살을 잡을 땐 통쾌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 누군가는 개인적으로 그럴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명백한 이유를 앞에 두고서도 화를 내거나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데 서툴다.  서툰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이나 입장을 밝히려고 들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잡다한 연들 때문에.  참 그게 뭐라고.

하지만 저자는 사회적 이슈들에 관해 단순해 보일만큼 간단하고 선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다.  그 의견이 맞건 틀리건.  그걸 읽어내려 가는 것이 무척 시원했다.  그것이 내 의견과 같은가는 두번째 사안이고.


이 책을 읽고서 아는 지인이 빌려갔다.  이런 책(?)에 관심을 보여준 것이 기특해서 빌려 가겠다고 했을때 선선히 그러라고 했는데, 역시나 한 번 집나간 책은 웬만해선 잘 돌아오지 않는다.  몇 달만에 돌아온 책.  그래서 내용도 가물가물 하다만.

어쨌든 빌려간 이가 금새 돌려주지 않은 것은 별로 흥미가 없다는 증거다.  그래서 2주 동안 재촉해서 책을 받았다.  책을 돌려받으면서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들만해서 별로란다.  다 읽지 않는 눈치다.  그러면서 사회과학서적 읽을만한 것 없냐고 물어보는데, 없다고 했다.  있지도 않지만, 그에겐 사회과학서적이란 어떤 책들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가 제시하는 사회적 이슈들에 관한 해법은 이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상식적인 것들이 많다.  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는지 안타깝다.


책 좀 쓰는, 글 좀 쓰는 샌님들의 이야기에 실증이 나려고 하는 분들께 경영학 교수면서, 마을 이장 경험이 있고, 마을 분쟁 건으로 폭행 경력이 있는 강수돌 교수의 이 책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