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life] 식물양육기

토닥s 2011. 6. 24. 20:28

살고 있는 집에 발코니가 있어 늘 뭔가를 기르자고만 했지,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  가끔 슈퍼마켓에서 보이는 이쁜 화분은 £5~£15선이라 마음만큼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봄 다가기 전에 지르자는 마음으로 홈베이스에 갔다.  홈베이스는 가든과 DIY에 관련된 물건을 파는 창고형 매장.  뭘 살까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하다, 쉬워보이는 콩과 토마토, 딸기를 손에 들고 가장 저렴한 화분을 사들고 와서 바로 심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추운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집 안으로 화분을 들여놓았다.  들여 놓은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새싹이 올라오더니 잘 자란다.

이건 완두콩 종류인데, 깍지 안에 콩을 먹는 게 아니라, 깍지 자체를 데쳐서 먹는 채소다.

이건 토마토.  지금은 이것보다 더 많이 자랐다.  원래는 4개를 심었는데, 지비가.  실수로 씨앗 하나를 화분 끝자락에 떨어뜨렸는지 5개가 자라고 있다. 

얼마전 주말아침 블루베리를 먹다가 그 안에 사근사근 씹히는 씨앗을 빼서 흙 속에 밀어넣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그게 씨앗이 아닌가하면서.  지난 주말아침엔 딸기를 먹다가 그 씨앗도 빼서 흙 속에 밀어넣었다.  내 보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다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별로 재능은 없지만, 하나둘 사다모은 화분.  중간에 본사이는 IIKEA에서 사서 일년 반쯤 길렀나보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물만 준다.

라벤더 화분을 가지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비싸다.


오늘 아침 지비가 문자를 보내왔다.  생일선물로 햄스터 사줄까 하고.
햄스터, 귀엽긴 한데 난 살아있는 걸 기르는 게 싫다.  싫다기보다 부담스럽고 무섭다.  죽어버릴까봐.
햄스터는 가끔보는 동영상으로 만족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