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book] 허수아비춤

토닥s 2011. 1. 14. 01:13
조정래(2010). <허수아비춤>. 문학의문학.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의심없이 읽어봐야할 작가 조정래.  지난해 이 책이 출간됐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제서야 읽게 됐다.  이번 연말 한국에 갔을때 구입했고, 돌아오자 말자 뚝딱.

이 책을 구입한 나에게 언니는 그 책보다 김용철 변호사 책이 낫더라라는 간단평을 했다.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책은 너무 환히 하는 이야기 읽어 같아 상상력이 더해진 이 책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한국의 재벌에 관한 이야기다.  삼성일가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그 집안만 그러고 사는건 아니니까.  뭉뜽그려 재벌이라고 보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언니는 "김용철 변호사 책 보고 많이 열받았나 보더라"라고 이야기했지만, 조정래 작가가 그 책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이제서야 열받았다면 것도 문제 아닌가.

사실 이 책도, 김용철 변호사의 책도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갑갑한' 이야기라서.  그래서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그들이 나쁜거 이제 알았나'하는 원망도 약간은 묻어 있었다.  읽은거라고는 철들면서 꼼꼼하게 신문 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그들의 이야기는 신문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서도, 이 이야기가 전혀 새롭거나 놀랍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 패밀리의 이야기가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그 패밀리를, 삼성을 등져버리지 않는 한국사람들이 여전히 놀랍다.

가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삼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노조신화 같은 것들.  사람들은 그러고서 어떻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노조 설립을 막는다는 개념 자체를 몇 번을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삼성은 억세게 운좋은 기업이다.  지난해 영국의 석유회사가 맥시코만에서 시추작업을 하던 도중 석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오바마까지 나섰고, 결국은 영국의 석유회사 BP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때 이 곳 사람들에게 태안반도 이야기를 들려줬다.  벌금 3000만원에 항소를 했다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이곳 사람들은 또 이해를 못한다, 몇 번을 설명해줘도.

그렇게 이해안되는게 삼성이라는 기업이고, 한국의 재벌이고, 대한민국 정부다.


책의 끝머리에 붙은 해설에 이 소설은 풍자라고 했다.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명절에나 TV에서 볼 수 있었던 마당놀이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리듬이 책장을 넘기는데 도움을 주는건 사실이지만, 조정래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읽혀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태백산맥>외 그 소름끼치는 묘사력이 있었던가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