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방송과 대운하

토닥s 2010. 8. 26. 18:52
얼마전 결방된 MBC PD수첩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웠다.  안봐도 알 것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은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방송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방송이 결방된 사실과 그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방송이 어떻게 제작되고, 또 송출전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나름의 긍정적인 점이라면 긍정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자기 검열과 외부 검열 과정이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외압에 좌지우지되기 쉬운지 알게 된 것이다.

어릴땐 사람들이 KBS는 어른들이 보는 뉴스, MBC는 대학생들이 보는 뉴스라고 했다.  나도 그런 시기를 거쳤다.  사실 대학땐 집에서 뉴스 본일이 없다만.  케이블 TV가 도입되면서는 이들 두 채널을 멀리하고 시간날때마다 YTN을 봤다.  황우석 박사 사건을 계기로 YTN은 본 기억이 없다.  그 시기를 즈음에 KBS의 시사투나잇(뉴스투나잇이었나?)을 열심히 봤다.  나의 귀가 시간과도 얼추 맞았고, 그나마 볼만한 뉴스라고 지인이 추천했다.  그렇다고 9시 KBS뉴스까지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가 그랬다.  MBC 교양PD들에 대한 지지는 있었지만 보도국은 좀 그랬다.  가금 MBC 뉴스를 볼때마다 혼자서 '저것들(보도국)이 정신을 못차리나'하곤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MBC 보도국의 보수성은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전에 YTN은 완전하게 우향우 했고, KBS는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태섭 교수님 건을 계기로 속도감 있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MBC는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힘겹게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같다.  이 말은 MBC가 평형감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MBC의 한쪽은 이미 우향우 했고, 한쪽은 좌향좌는 아니어도 가운데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지는 불안한 평형일뿐이다.  하지만 그도 이 정부 아래서는 더 버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누구라고 이 정부아래서 살만하겠는가만은.


얼마전 한국에서 일로 사용하던 메일함을 열었다.  거의 5~6개월 만이었다.  각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사용하던 메일리스트였는데 생각만큼 많은 메일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의 깊이를 위해 뭔가를 벌일만큼 여유롭지 못하구나'였다.  각종 예산 삭감도 힘들지만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막아내면서 버텨내느라 힘들게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쉬운 감은 없지 않았다.  나조차도 훌쩍 떠나오면서 도움되는 일하나 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간 쌓아온 것들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조금 나아지면 자기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깊이 파고들 사람들이 분명하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마음에 미안함만 커졌다.

메일함은 네트워크와 관련된 메일은 거의 없고 지율스님이 꾸준히 보내고 있는 메일만 가득 쌓여있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그 메일 다 읽었다.  지율스님이 독백처럼 보내고 있는 메일은 스님 목소리처럼 차분하게 읽혀졌지만, 그 내용은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정말 저것들(정부)은 양심도 없구나'하고 생각했다.  양심과 영혼을 건설자본에게 내다 판 정부에게, 아니 존재 자체가 건설자본에서 태생한 정부가 아니던가, 뭘 기대하겠다만은.

메일을 읽으면서 들었던 또 한 가지 생각은 '그런데 왜 이걸 '4대강'이라고 부를까'였다.  '대운하'였던 것이 실체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모두들 '4대강'이라고 부르고 있는게 이상했다.  혼자서 '이건 또 다른 건가'하고도 생각했다.  그건 아닌게 분명한데 모두들 '4대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정치하는 친구도 보낸 메일에서 ''4대강' 보를 다녀왔는데 마음이 찢어진다'고.  그 메일로 답을 보냈다.  아니 질문이었나.  '왜 이걸 '4대강'이라고 부르냐고'.  이 정부가 실체를 감추고 얼렁뚱땅 숨기려는 의도로 이름을 바꾸었어도 적어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체임이 분명한 '대운하'로 부르고 대운하 반대를 확산시켜갔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했다.  '대운하'에 관한 반대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이름만 바꾼 것인데.  뭐 이미 사람들도 '4대강'이 '대운하'인줄 안다고 그래서 그랬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개념화 한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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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fgcoffeetalk.com


나는 '왜 '대운하'는 해외 이슈가 안될까'하는 생각을 자주했다.  이건 세기의 웃음거리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영국에선 공정무역, 유기농 인증 마크와 더불어 보편화 되고 있는 마크중에 하나가 Rainforest Alliance Certified™다. 이 인증 마크가 보편화 되고 있다는 것은 인식도 그렇다는 말이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도룡농소송이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대운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치고들어갈 허점이 많은데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걸 치고 들어갈 여력이 안되는 것도 참 부끄럽고 속상한 일이지만, 그 허점 분명하게 알면서도 꾸역꾸역 밀고 나가는 저 뻔뻔함도 참 대단하다 싶다.  결국은 환경이고 뭐고 내 주머니에 돈만 넣겠다는 속셈인데 참으로 이기적인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