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빼앗긴 대지의 꿈

토닥s 2010. 8. 25. 19:10
YES24 - [국내도서]빼앗긴 대지의 꿈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장 지글러(2010). <빼앗긴 대지의 꿈>.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원저년도 2008.

비록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글쓴이의 책을 읽고난 첫 느낌은 '늘 서문과 에필로그가 길구나', '얼마나 할 말이 많았기에'라는 것이다.  거기다 빠지지 않는 개정판 서문까지.

책은 현재의 경제적 격차가 존재하도록 만든 역사적인 배경부터 파헤친다.  노예무역과 식민지가 그것이고 이어 현재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른바 서구의 '정신분열'에 가까운 모순된 행동에 대해서 서술한다.  '정신분열'은 내 표현이 아니라 책의 표현이다.  그리고 모순의 결정체인 나이지리아를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완전한 희망이라고 할 수 없지만 희망이기를 희망하는 볼리비아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노예무역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혼자서 도리질쳤다.  한마디로 '이럴수가'였다.  노예무역의 실체를 부분의 부분만 담고 있지만, 너무도 잔인해서 혼자서 도리질 칠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의 수위를 다스리기 어려울때는 나는 고개를 들어 지비를 보고 "bad white"라고 내뱉었다.  그렇게 감정의 무게를 덜어내지 않으면 다 읽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아메리카에 발딛은 백인들은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그 빈자리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수입해 일을 시켰다.  학살의 과정도 잔혹하고, 노예무역의 과정도 잔혹했다.

식민지 부분과 이에 관한 서구의 시각에 대해 글쓴이는 정신분열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일단 서구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했다'고 인정할 경우 '문명화시켰다'고 스스로를 자평하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자기부정과 자기미화를 이유로 정신분열이라 불렀던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천연자원과 인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초국적 자본과 유착한 군사정권에서 찾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민영화되었던 주요 산업을 다시 국유화시키는 '접수'과정을 긴장감 있게 다루었다.  그 접수 과정은 당선과 동시에 시작된 그야말로 '작전'이었다.  실제 그 작전의 근거가 되는 법령의 이름은 '에너지 주권회복'이라고.  그 과정은 무력으로 밀어부친 것이 아니라 국제적 연대를 바탕으로 초국적 자본마저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자료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의 언론에는 에보가 이전의 계약을 임의적으로 파기하며 산업을 국유화 시킨 모양으로 소개되었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베네주엘라와 노르웨이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초국적 자본을 서비스 공급자로 전환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이익분기점을 제시하여 동의하도록했다.  그리고 브라질과 같은 주변국이 잘 이해하도록하는 정치적 활동도 동시에 진행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아이티 다음으로 가난한 이 나라에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바의 도움을 받았다.  쿠바에서는 850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도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글쓴이가 볼리비아에 관해서 긍정적인 부분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회유정책으로 장관직에 오른 사람들이 초국적 자본에 매수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래서 에보는 때마다 새로운 인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부족간 갈등이 여전한 점 등을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에보가 이전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부분에 대해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글쓴이가 평가하지만, 이 부분은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평가 조차도 에보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에 차베스는 폭군으로 때로는 우스꽝그런 국가지도자로 등장한다.  그런데 에보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가끔 차베스의 똘마니처럼 치부되어 등장하는게 전부다.  하지만 나는 왜 에보가 한국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었는지 내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  두려운거다.  주요산업의 민영화의 폐해에서 국유화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는 그가 두려운거다.  우리도 곧, 아니 이미 민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이해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사례가 두려운 것이다.

'더 이상 빛은 유럽에서 오지 않는다'는 한 마디 말에 우리가 대안으로 삶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풀뿌리 운동은 유럽을 많이 공부한다.  지금 유럽이 가지고 있는 약자의 대한 배려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그 부는 어디에서 왔는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다고 일괄적으로 라틴아메리카로 머리를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례라는 건 그야말로 사례니까.  어느 곳에서라도 따라 배울 것은 진정성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뒤따르는 고민 중 하나는 농업 정책이다.  글쓴이가 프랑스의 자국 농업 보호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지원하는 것을 비판했다.  프랑스의 농산물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저렴한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차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인데, 우리도 농산물 전격 개방에 대한 대책으로 지원금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농업에 대한 지원금은 나도 일시적이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엇이 대안이 되어야 하는지 백지 상태다.  물론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와 우리 나라가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