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keyword] Language - 말의 무게

토닥s 2020. 10. 21. 22:53

한 친구가 가족이 암투병 할 때 그런 글을 남겼다.  우리가 흔히 '나쁜 것'을 이를 때 쓰는 '암 같은 존재'라는 표현이 주는 상처.  친구가 사용한 정확한 단어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글들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가려서 사용하는 게 맞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콘월에 사는 한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다운신드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자신이 받은 충격이 다운신드롬에 관한 부정적인 언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그러한 언어들을 당사자가 되어 들을 때마다 무척 상처받았다고. 그래서 지난 봄 Covid-19으로 인한 봉쇄 기간 우리가 자주 쓰는, 하지만 옳지 않은 표현들을 담은 카드들을 연작으로 만들었다.  이 카드들은 다운신드롬 지원 모임과 발달장애인단체의 노력으로 (아마도 콘월지역)의료 기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 www.bbc.co.uk/news/av/uk-england-54546967

 

 

 

예를 들면, '다운신드롬 아이(a Down's syndrome baby)'라고 부르기보다 '아이인데, 다운신드롬이 있는(a baby with Down's syndrome)'으로 부르는 식이다.  그리고 '보통 아이(normal baby)'라는 표현보다 '전형적인 아이(typical baby)'라고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녀의 아이는 전형적인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통 아이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한국어로 바꾸어 쓰니 그 느낌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우리말 안에 우리가 정확히 알고 쓰지 않는 표현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내 표현력이 부족하기도 해서. 

 

이 엄마의 행동으로 내가 무의식적으로 썼던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 엄마의 캠페인을 지원한 발달장애인단체(Mencap www.mencap.org.uk/)를 검색해보고 나의 '무의식'은 '실수'가 아니라 '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개인의 행동에 사회가 응원과 변화로 대답했다는 게 감동이었다.  이런 '감동'들이 모여야 우리가 더 잘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

 

덧, '일본군강제위안부'를 영어로는 'comfort women'이라고 한다.  우리가 '위안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되서 캠페인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comfort women'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고 말한적 있다.  그 친구도 'Japanese forced military sexual slavery'같은 표현이 이 문제의 중요지점들을 담은 언어라는데 동의했지만 'comfort women'이 더 알려진 표현이기에 그렇게 쓴다고 한다.  'comfort women'은 알려진 단어지만, 이 문제의 '문제'를 가리는 단어라서 나부터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나부터 바꾸어야 할 말들이 많다.  너무 많다.  그래서 무게도 없는 말이 그렇게 무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