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내가 가고 싶은 곳 - 바다

토닥s 2020. 7. 27. 20:24

자가격리 마침을 며칠 앞두고 누리가 집에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그럼 자가격리가 끝나고 어디에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적어두라고 했다.  보통 한국에 오면, 먹을 것, 가볼 곳, 만날 사람을 꼽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오는 여정이 넘어야 할 큰 산이고, 마무리해야 할 과제가 두 번째 큰 산이라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자가격리가 끝나면 바다는 보러 가야지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집에 온 느낌.  물론 부모님 집은 해운대랑 거리가 있지만, 기분이 그렇다.  심지어 영국은 섬나라라 여행을 하면 심심치 않게 보는 바다인데도.  그래서 자가격리가 끝나고 바다로 고고.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도 해운대의 전경은 바뀌었지만, 그 뒤로 더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곳에서 살았던 나조차도 영화처럼 느껴지는 전경으로 바뀌었다.  병풍처럼 하늘을 가린 빌딩숲과는 달리 바다는 생뚱맞은 콘크리트 지표들을 제외하곤 변함이 없는 것 같아 여전히 반갑다.  물놀이를 하지 못해 누리는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했기에 떠날 수 있었다.  물론 그도 한 동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지비, 누리, 언니와 동백섬을 한 바퀴 돌며 '어릴 때' 이야기를 했는데, 그땐 인어상이 서구의 인어상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선녀 인어상이다.  며칠 후 다녀온 송도에도 있던 선녀 인어이야기.  서구의 인어에서 우리식 인어로 제자리로 돌아간 것 같은데 그게 더 낯설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것을 많이 잊고 자란다. 

언니와 나눈 '어릴 때' 이야기 또 한 조각.  동백섬을 돌다 '분꽃'을 발견했다.  어릴 땐 이렇게 귀걸이로 만들었다고 누리에게 이야기해줬다.  처음엔 안한다고 기겁을 하던 아이가 이모가 해본 분꽃 귀걸이를 보고 해보겠다고 다시 난리.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무척 늙은 느낌적 느낌.

누리와 누리마루.

누리가 아기때도 가본 누리마루인데 오랜만에 다시 안에 들어가봤다.  APEC 정상회담보다 반대시위로 더 기억에 남은 곳.

비 때문에 바다도 제대로 못볼 줄 알았는데,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덥지 않았던 나들이었다.  오는 길에 무척 많아진 별다방 드라이브 쓰루에서 커피를 마셨다. 결국은 플라스틱이긴 해도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이라 신기했다.  종이 빨대도 먹다보면 눅눅해져 불편한데 이건 계속 쓰는 텀블러처럼 뚜껑이 생겼다.  먹다보면 흘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 만큼은 좋다.  좋은 소재, 친환경 소재로 바꾸어 만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