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843days] 바람 불어 좋은 날

토닥s 2020. 7. 1. 09:23

3월 봉쇄 이후 나 혼자서만 장을 보러 간다.  누리가 스마트쇼핑(바코드 스캔하는 이동형 기계를 들고다니며 직접 스캔하고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무척 좋아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나 혼자서만 장을 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봤는데, 그때는 일주일치 먹거리를 계획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간다.  여전히 토요일에 보는 장이 규모가 크고, 주중에 한 번 우유, 과일, 고기 같이 간단한 것들을 사러 한 번 더 간다.  일주일치를 채워넣자니 냉장고도 부족하고 역시나 과일 같은 건 일주일치를 미리 사두기가 어려웠다.

Covid-19 때문에 누리는 집과 공원 이외에 간 곳이 없다.  누리에게 봉쇄가 끝나면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1번이 까페였다.  2번은 우리가 가끔가는 스시우동집.  한 2주 전부터 약국, 마트 등 기초 필수품 이외의 가게도 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사람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주 무척 더웠던 날 다 함께 리테일 파크에 갔다.  나는 그곳으로 주문해놓은 옷이 있었고, 시간이 되면 누리 옷을 좀 사고 싶었다.  출발이 늦어져 옷만 찾고, 커피 한 잔씩 사들고 공원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리테일 파크에 도착해서 누리와 지비는 마스크를 하고 까페로 갔고, 나는 마스크를 하고 주문해둔 옷을 찾으러 상점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달달구리 음료를 사니 누리도 즐겁고, 지비도 기념한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3월 봉쇄 이후 마트를 제외하고 집밖에서 처음 돈을 써본 날이다.  (집에서 온라인 쇼핑은 줄줄이 한다만)  

습관처럼 코스타라는 까페를 자주는 가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 날따라 너무 맛있었던 아이스 라떼.  누리는 크림을 올린 아이스 초코. 아주 조금이지만, 이전에 누리던 것들의 즐거움을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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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으니 누리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공원에 갔다.  5월에 한참 더울 땐 공원에서 축구도하고, 줄넘기도하고.  6월 들어서 웬일인지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많이 가지 못했다.  거기다 지난주말부터 집이 날라갈듯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지비누리는 연을 꺼내들었다.  토, 일, 월 연이어 3일 연을 날린 누리.  누리 말에 의하면 자기가 지비보다 더 잘한다고 한다.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비디오로 찍어왔다.  

Covid-19 이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오래된 장난감,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물건들을 누리는 다시 꺼내 놀기도 한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대부분은(70%)은 온라인 홈스쿨링 숙제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머지 자투리 시간에 심심하다고 나를 볶는다.  

나는 바람이 불어 발코니에 걸어둔 화분이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었지만, 틈만나면 연을 날리러 가고 싶어하는 누리에겐 즐거운 며칠이었다.  내일도 바람이 좀 불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