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824days] 채널변경 - 유아채널에서 어린이채널로

토닥s 2020. 6. 12. 10:02

당연한 것이겠지만, 학교가 휴교를 했어도 누리가 많이 자랐다.  아쉽게도 학습적인 면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인 것 같다.  집에서 누리와 내가 아등바등하는 과제 중심의 온라인 홈스쿨링은 현상유지를 위한 노력일 뿐 새로운 지식을 더해주지 못했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그런데 이게 누리의 학년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영국은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학력평가를 위한 시험을 치른다.  SAT이라고 하는 Statutory Assessment Test인데 영어 읽기, 문법 그리고 수학 시험을 치른다.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두 번 쳐서 기간 동안 학력신장을 평가한다(고 알고 있다).  매년 이 학력신장을 수치화해서 학교 평가에 부분 반영한다.  2학년때 치러진 시험의 성적에 반해 6학년때 치러진 시험의 성적이 높으면 크게 신장하였다고 평가하고, 2학년때 치러진 시험의 성적도 높고 6학년때 치러진 성적도 높으면 신장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니 좀 의미없는 평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노력에 점수를 준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는데 점수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평가인 것도 같다.  학교는 이 시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학교 평가가 좋게 나오면 지원자가 몰리니 왜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종종 6학년 시험에 부정이 있기도 한다, 교사가 답안을 수정해서 점수를 높이거나 답을 알려주는 식이다.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SAT결과를 분실해서 평가에서 제외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는데, 이후 조사에서 학교의 조직적인 행동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시험이 보통 5월에 치뤄지는데, 올해는 Covid-19때문에 취소됐다.  보통 5월에 치뤄지기 때문에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2학년에서 배우는 과정(시험에 평가되는 내용)을 2월 중간방학 전에 진도를 다 나간 것 같다.  이 시험에 대비해 2학년에 있었던 방학 숙제는 모두 모의시험 같은 것들이었다.  2학년 내내 SAT, SAT하는 선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 과제 중심의 온라인 홈스쿨링을 하다보니 그게 다행이었다 싶다.  심지어 스쿨트립도 지난 가을 학기 열심히 다섯번을 가서 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지금 누리가 하는 과제들은 반복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새롭게 알려줘야 할 것들이 없다.  물론 과학이나 지리 같은 건 새로운 정보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도 알고 있던 정보에 좀더 상세한 정보를 더하는 식이다.  그래도 과제가 힘들긴 힘들다, 특히 영어 쓰기.  편지를 쓰거나, 시를 쓰거나,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매주 다른 형식의 글쓰기가 주어지는데 누리도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 마음 이해도 가지만, 하라고 다그치는 게 또 내 역할이다.  누리가 그런 나를 이해해주긴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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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집에서 지내는 동안 TV를 많이 본다.  아침에 한 시간 그리고 오후에 2~3시간.  학교에 다닐 때도 그 정도는 본것 같기도 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TV를 못보라고 하기도 어렵기도하고, TV 프로그램이 또 볼만한 게 많아서 같이 보는 것들도 많다.  누리는 이 휴교 전까지 Cbeebies라는 유아채널을 주로 봤다.  올해 들어 우연하게 누리가 CBBC라는 BBC의 어린이 채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 전엔 Cbeebies와 BBC뉴스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아이다, 한 두번씩 봤는데 휴교 후 CBBC로 채널변경하여 채널고정. 

CBBC에서 누리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Junior Bake off, Gym Stars, Pets Factor, Operation Ouch 그리고 Blue Peter다.  Junior Bake Off와 Operation Ouch는 지비와 나도 재미있게 본다.  제빵 경연 프로그램과 의학 정보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Blue Peter는 뽀뽀뽀 같은 어린이 종합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오락보다는 캠페인성 내용이 많다.  지난 주에 누리가 자기도 뭔가 보내서 배지를 받고 싶다고, A4는 라지레터 우표를 붙여 보내야 한다고 횡설수설.  찾아보니 아이들이 뭘 해서 보내면 프로그램 배지를 주는데, 이게 또 챌린지별로 배지 색깔이 다르고 그런 식이다.  아이들은 이걸 또 색깔별로 모으고.  어쩌겠나, 부모된 도리로 "그래 열심히 해봐라"했지.  혼자서 3~4일만에 Blue Peter의 블루배지를 받기 위한 포스터를 제작한 누리.  이 포스터를 방송국에 보내면 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눈물을 한바가지 쏟기는 했지만 어째어째 오늘 우체국에 가서 라지레터 우표를 사서 보냈다.  찾아보니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해도 접수가 되는 모양이긴한데, 그 과정을 설명해주는 건 복잡하고 경험해보라고 우편으로 보냈다.  이제 또 방송에서 자기 그림 보여주나 눈빠지게 기다리겠구나.



세명의 진행자와 프로그램 마스코트 개.  그리고 프로그램 상징인 배 그림.



 세상 어수선한 이 때에도 누리는 유아에서 어린이로 쑥쑥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