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빵

토닥s 2020. 5. 7. 09:05

Covid-19으로 인한 사재기와 부족현상은 거의 해소가 됐지만, 여전히 몇 가지 품목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알콜 손세정제, 각종 밀가루, 이스트가 그렇다.  요리에 별로 소질 없는 영국사람들이 빵이라도 만드려나 싶었는데,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동이 통제되고 먹거리의 많은 부분을 직접 해결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요리와 제빵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내 주변만 그런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가끔 만든 빵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메신저로 보내오면 그게 자극이 되서 나도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시 공유하고 그랬다.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본 빵들-.


크림치즈빵



스콘



시나몬 롤


그러다 이스트가 더는 없어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밀가루와 이스트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친구 A가 아침에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런던 시내로 생이스트를 사러가는데 사다줄까 하고.  마음은 고맙지만, 집도 무척 먼 친구라 거절했다.



다른 일로 연락한 J님이 또 집에 쓰지 않는 인스턴트 이스트가 있는데 보내줄까하고 물어오신다.  역시 마음은 고맙지만, 배송료가 더 든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저녁쯤 또 다른 지인 G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큰 용량의 이스트를 샀다고 보내주신다고.  마음은 고맙지만, 역시 배송료가 더 든다고 받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늘만 이스트를 보내줄까 하는 문자를 세번 받았으니.



마지막에 연락온 G님께 오늘 받은 세번의 제안을 말씀드렸더니 역시 웃으신다.  그래서 앞선 제안에서 받았냐고 물어서, 받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럼 보내주신다고.  그래서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다음엔 내가 사서 나눔하기로 했다.

하루에 같은 제안 - 이스트를 보내준다는 제안을 세번 받고나니 빵을 만들지도 않았고, 그 빵을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른 기분이다.  이렇게 우리는 다같이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빵을 구우며 든든해지고(?)있다.  허리 둘레도 같이 든든.. 그건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