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냉장고 근황과 우리 근황

토닥s 2020. 4. 28. 08:51

Covid-19으로 시작된 이동 통제 후 2~3일에 한 번씩 보던 장을 일주일에 한 번 본다.  과일과 채소가 주요 구입 품목인 우리에겐 참 어려운 변화였다.  한 두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 셋이 일주일 동안 삼시 세끼를 해결할 경우 어느 정도의 식재료와 과일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진은 지난 주 장을 보러 가기 전 찍은 사진.  장류, 유제품(버터와 크림치즈)를 제외하고 거의 텅텅 빈다.  일주일치 장을 봐오면 주먹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찬다.  주로 고기, 생선은 장봐온 날로 하루 이틀 사흘만에 먹고, 베이컨 파스타 같이 좀 시간을 두어도 되는 식재료를 그 뒤에 먹는다.  마실 것도 우유, 코코넛밀크, 오트밀크, 알몬드밀크, 쥬스 다양하게 사놓으면 일주일이 끝나갈 무렵 거의 다 마신다.  거기에 롱라이프우유(멸균우유) 하나 정도 더 사놓으면 넉넉하게 먹고 마신다.  하지만 아직도 조절이 어려운 것은 과일과 채소다.  많이 살 수는 있지만, 그렇게 성능이 뛰어나지 않은 냉장고라 오래도록 신선하게 보관하고 먹을 수가 없다.  냉장고가 작아 과일을 원하는 만큼 사서 넣을 수도 없다.  이보다 더 작은 냉동고는 어떻고.  감정이 널뛰는 7살 아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아이스크림 두 통 사다 넣어놓으니 나머지 식재료가 들어갈 공간이 별로 없다.  오죽했으면 내가 오늘 낮에 미니 냉장고를 검색해봤을까.  이 Covid-19이 시작될 무렵 누리 반 친구네 두 집이 냉동고를 샀다고.  두 집 모두 남편들이 포르투칼 사람들인데, 남편들이 아느님과 상의도 하지 않도 둘이서 의논하고 산 모양이다.  말하는 친구 엄마들도 웃었고, 듣는 나도 웃었다.  지비는 이렇게 되고보니 가든이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는데, 나는 냉장고가 큰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먹을 게 흔하지 않으니 더 먹는데 시간 쓰고 사는 것 같다.  내일 다시 장을 보러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일찍자고 기운내서 장 보러 가야지.


+


한국에서 식재료가 구하기는 어렵지 않은지, 화장지는 있는지 걱정하네요.  먹고 마시는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숙제의 홍수에서 지쳐가는 아이와 (제가) 집중력과 체력 부족으로 할 일을 전혀 못하는 것만 빼면 잘 지내고 있어요.  이 Covid-19이 끝나면 집에서 굴러나갈 기세입니다.  모두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잘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