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773days] 개학 - 다시 홈스쿨링

토닥s 2020. 4. 23. 08:53

3월에 시작된 휴교로 떠밀리듯 온라인 홈스쿨링에 발을 딛게 됐다.  한 번쯤 공부해보고 싶었던 구글 클라스룸이 플랫폼이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봤다.  교사들도 떠밀리듯 시작된 온라인학습이라 기존 학교에서 하던 학습지, 함께 보던 영상 자료를 올려놓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 상황을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하루 5~6개의 토픽이 올라오면 쉬운 것도 있고, 이틀 정도 투자해야할 것도 있어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아이가 한 명이고, 그나마도 저학년이니 이렇게라도 끌고가지 아이가 둘 이상이거나 그 중에 고학년이라도 있으면 너무 어렵겠다 싶다.  요즘은 초등학교에도 담당교사가 있는데, 홈스쿨링은 우리가 어릴 때 배우던 방식대로 전과목을 커버해야한다.  게다가 나에게는 영어도 영어, 수학도 영어, 과학도 영어, 역사도 영어다.  '못하겠다'며 누리랑 같은 반 엄마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할 때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이 시작됐다  부활절 방학인데 과제를 또 엄청 내주신 선생님.  그래도 부활절 방학 과제는 즐길만한 것도 있었다.


Build up Eiffel tower


뜬금없이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에펠 타워를 만들어보라는 과제.  우리는 이런 걸 열심히 한다.  어떻게 만들건지 의논한 다음 도색 공장 가동.  밤새 말려서 다음날 에펠 타워로 만들었다.  나는 에펠 타워라하고 누리는 아이펠 타워라하고 얼마나 다퉜는지 모른다.  급기야 나는 같은 반 프랑스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고까지.  물론 전화는 안걸었다.




Build a blanket fort


우리식으로 말하면 천막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누리지비에게 맡겼더니 만들다가 울고불고-.  늘 그런 식이다.  결국 나까지 투입.  계획부터 다시 세웠다 - 라고 쓰고 내 생각대로 끌고간다.  나는 최대한 일 안만들고, 최대한 치우기 쉽게.  그러면서도 아이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넣어준다.  풍선과 조명으로 울고불고한 아이를 달래줬다.





만 이틀 동안 좁은 집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가, 그 동안 우리는 소파에 앉지도 못했다, 청소를 핑계로 철거했다.


Geometric art


그게 뭔지는 모르지겠지만 선생님이 보여준 예시를 보고 검색해서 그려봄.  누리 과제인데 또 내가 무아지경에 빠져 열심히 색칠했다.  이런 걸 잘한다, 단순노동.  힘 쓰는 건 잘 못하는데 손만 까딱까딱하는 건 열심히 한다.  누리는 나의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자기식 대로.  누리도 참 힘들다.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자기는 나보다 더 잘하고 싶고.  



Recreate masterpieces


유명한 예술작품을 재현해보기.  자가격리 전에도 유행하던 놀이(?)였는데 요즘 더 활발해진 놀이.  이번에도 역시 최대한 간단하게, 적은 소품으로 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찾았다.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Banksy의 작품집에서 골라봤다.  찍어놓고 우리끼리 잘했다고 자화자찬.




개학 - 다시 홈스쿨링


부활절 방학이 끝나갈 즈음 영국정부는 휴교를 포함한 현재의 이동통제를 3주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하다.  그나마 통제를 잘 하고 있는 한국도 개학하지 않고 있고, 통제를 잘 했다는 싱가포르는 개학 2주만에 다시 휴교에 들어갔다.  나는 3주 뒤에도 다시 3주가 연장될꺼라고 본다.  그때 다시 5월 중간 방학이 1주 있는데 무리해서 그 뒤에 이동통제를 풀고 개학을 할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5월 말 개학해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꺼라고 본다.  이미 사람들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이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9월 개학설은 이미 휴교될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9월이라고 나아질까.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 상황에 익숙해질 것 같다.  이 Covid-19이 어떻게 끝날지 잘 모르겠다.  과연 끝나기는 해야할텐데 - 하고 희망만 한다.


개학은 했지만 여전히 홈스쿨링 중인 누리.  다시 과제의 파도 속에서 나와 함께 허우적 거리고 있다.  발레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이번 학기 발레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게되면 할인을 해줄까 기대했는데, 예전과 같은 가격으로 청구서를 보낸 발레수업.  가만히 생각해보니 온라인으로 수업한다고 선생님들 월급을 할인할 수는 없을테니 당연하다 싶다.  원래 발레수업을 듣던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다 등록을 했다.  바깥과 교류하는 유일한 통로인 발레수업이라 누리도 무척 좋아한다.  이 상황에서  바깥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