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Happy Easter!

토닥s 2020. 4. 13. 09:15

나에게는 설과 추석과도 같은 명절이 지비에겐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다.  비록 지비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한 2년 동안 부활절이면 우리는 폴란드에 갔다.  그런데 올해는 조용하게 집에서 보내고 있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폴란드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메신저로 보내고 있는 지비를 보니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우리끼리 부활절을 챙기기로 했다.  사실 3월 말경에 있던 지비 생일도 레스토랑이 영업을 정지하고 이동 통제가 시작되면서 별다른 기념 없이 보내야했다.  그때는 사재기의 절정이었던 때라 특별한 밥은 커녕 평범한 먹거리 마련을 걱정했던 때다.

폴란드에서 두번의 부활절을 보내보니 뭘 먹는지는 알겠지만, 금식기간 동안 먹지 못했던 달걀과 햄을 많이 먹는다, 혹시나해서 물어보니 밥카Babka라는 빵을 먹는다고 한다.  나는 폴란드에서 먹어본적이 없는데?  밥카라는 빵은 유대인식 빵처럼 머리를 땋은 모양이다.  우리는 현대식(?)으로 개종한 Braid bread(머리 땋은 모양의 빵) - 초코 크림을 넣은 밥카를 찾아 만들어보기로 했다.  전날밤 누리와 나는 1분 40여초 짜리 만들기 동영상을 두 번 보았다.  생각보다 쉬워보였고, 꼭 한 번 빵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모닝빵과 단팥빵, 모카빵, 크림치즈호두빵 레시피를 몇 번이나 검색해봤는지 모른다.  내친김에-, 핑계김에- 빵만들기 도전. 


누리와 아침밥(빵) 먹고 바로 시작한 밥카 빵만들기.  얼마 전에 한국마트에서 산 백* 중력 밀가루로 만들었다.  한국의 중력 밀가루가 여기 중력 밀가루보다 쫄깃한 느낌이 있어, 빵을 만드는 강력분이 아니어도 될 것 같았다.  이스트를 넣고 반죽해서 발효하고, 초코크림과 알몬드 가루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서 다시 발효한 뒤 구웠다.  우리끼리 너무 맛있다며 난리법석.


폴란드에서는 부활절에 달걀, 하얀 소시지, 샐러드, 그리고 케이크(밥카)를 먹는다고해서 그 비-슷하게 달걀, 소시지, 쿠스쿠스 샐러드, 그리고 초코크림 밥카를 차려 먹었다.  뭔가 출출한 느낌이 있어 냉동실에 있던 밀전병에 말린 새우도 구워줬다.  단촐했지만 나름 갖출건 갖춘 부활절 점심이었다.

저 커다란 밥카는 벌써 점심 때 후식으로 한 번, 티타임에 한 번 거의 다 먹어버렸다.  이렇게 먹다간 금새 살이 찌겠군 싶지만, 나는 벌써 크림치즈호두빵을 만들기 위해 레시피를 검색했다는 건 안비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곧. 


+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누리 부활절 방학 숙제로 당근케이크도 만들었다.  아이가 만드는거니 최대한 간단하게.  물론 레시피대로 재료의 양을 맞추는 건 내가 했지만.


요즘 CBBC(BBC의 어린이채널)의 junior Bake off에 빠져 있는 누리.  누리는 먹는 것보다 만드는 걸 즐긴다.  누리에겐 다행인데, 나에겐 치명적이다.  남들은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는데, 그것도 안하는 사람이니 정말 치명적이다.  베이킹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해야겠다.  사실 지금은 밀가루와 이스트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서 그 이상은 힘들 것도 같다.  그게 되려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