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keyword] Social distance - 사회적 거리두기

토닥s 2020. 4. 5. 04:55

#02 COVID-19 그리고 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한국에서 Covid-19이 대유행을 시작했던 지난 2월에 먼저 들었다.  이 사회적 거리를 social distance라고 한다.  유럽에서 이 Covid-19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같은 개인 보호 장비가 전무한 유럽에서는 이 social distancing이 거의 유일한 대응인 것 같다.  적어도 Covid-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과 개인의 물리적인 거리를 포함해 사교모임 등 모든 활동에 거리를 두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가 지켜지기 어려운 나라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가 피해가 크고, 이 두 가지를 시키지 않아도 평소에 실천하고 있는 북유럽과 독일 같은 나라가 피해가 작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인구노령화, (재정 부족으로 인한)공공의료의 부족이 결정적이다.

영국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휴교하고 국경을 닫을 때도, 의료인구의 공백화를 이유로 휴교하지 않았다.  학교를 닫으면, 의료인력도 육아하러 휴가를 내야하니까.  그래서 결국 휴교를 하되, 의료인력을 포함한 키워커 Key worker - 의료인, 교사, 유통 종사자의 자녀들은 학교에 등교할 수 있도록 조취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 주변의 의료인, 교사들은 본인이 출근해도 배우자가 재택근무하며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고 있다.  결국 마트나 배달 같이 저임금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이 사회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하고 있는셈이다.  사실 의료인과 교사들은 사회적인 혜택이 적지 않다.  한국처럼 임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공동주택을 신청하거나 할 때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통 종사자 - 마트 직원과 배달 하시는 분들은 뭔가.  평소에 대우하지 않다가 어려울 때 키워커로 분류하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사람들의 임금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키워커들의 시급이 15파운드는 되어야 한다는 이슈가 나오고 있다.  참고로 영국의 최저임금은 시급이 8파운드(얼마)다.  그 뉴스를 보고 그 사람들이 시급 15파운드를 못받아?!하고 놀랐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의료인이 아니라도 병원에 일하면 대부분 주야간 교대가 많은데.  꼭 Covid-19이 끝나도 이 사회를 묵묵히 굴리는 사람들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이 별로다.  영국의 정치권은 Covid-19의 확산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돌리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몇 년간에 걸쳐온 공공의료의 예산삭감은 뒤로하고 개개인에게 이 고난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 사회적 거리가 고립감 등을 더 높인다는 우려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로 고쳐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고난' 앞에서 어떤 논의도 '잡음'으로 간주될 뿐이다.  마치 한국에서의 확진자 동선공개가 개인정보 침해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어려운 것처럼. 



방송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주로 장을 보는 마트의 입구.  혼잡을 피하기 위해 동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는 마트의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e, 자기절제 self-discipline 이 모든 것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내년 백신이 개발 될때까지?  그런 대화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되 확산을 줄이는 방법에는 마스크 밖에 없다는데 지비와 동의했다.  예전에 내가 비행기에서 마스크를 하거나, 방한용으로 누리 마스크를 사줄까 했을 때만해도 지비는 사람들이 큰 병 걸린 줄 안다며 펄쩍 뛰었다.  그런데 백신 이전에 마스크만이 최선이라며 마스크 전도사(?)가 됐다.  한국서 마스크를 만들어 쓴다고 했더니 우리도(날더러) 만들자며.  그럴 여력은 없고, 결국 한국의 가족에게 부탁했다.  빨아 쓸 수 있는 면마스크로.  날씨가 더워지면 얼마나 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특히 누리.

이 나라가 언제 우리와 같은 결론 - 최소한의 커뮤티니 보호로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지는 의문이다.   하긴, 이 나라(정부)는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갈 것을 더 걱정하는 수준이니.  마스크라는 결론이 나와도 실천까지는 시간이 걸릴테다.  사실, 마스크 자체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알면서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