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Keep calm and wash your hands

토닥s 2020. 3. 14. 08:20

 새해 즈음해서 한국 부모님 댁에 전화를 했더니 마침 두 언니들과 형부, 조카까지 함께 있었다.  올봄에 중국에 가족여행 갈까 하는데, 내게 그때 맞춰 한국에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비자 때문에 여권을 홈오피스에 보내놓은 상태라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은 그게 공식적인 답변이고, 나는 중국에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한국까지 날아가는 여행이라면 나는 되도록이면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뒤 BBC에서 중국에 바이러스성 질병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때만해도 가족들이 갈까하는 중국여행과 그 바이러스성 질병의 연관성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아마도 1월 중순경) 다시 그 중국 바이러스성 질병 뉴스가 반복됐다.  그래서 언니에게 혹시 중국여행을 준비했냐고 물었다.  아직이라고해서 내가 본 뉴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잠시 보류하자고 했다.  그리고 난뒤 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우리가 이제는 COVID-19이라고 이름붙인 '코로나바이러스' 뉴스를 매일매일 보게 됐다.

이 COVID-19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명암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계속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마무리해야할 일을 뒷전으로 미룬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안정을 찾으면서 다시 해야할  내 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유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또 이곳의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학교를 닫았고, 국경을 닫았다.  영국과 독일 정도가 학교와 국경을 닫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영국도 학교를 닫으라는 여론의 압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나는 한국의 경험을 통해 결국은 장기화가 예상되니 일상을 유지하되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혼자 결론지었다.  그래서 학교와 국경을 닫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으므로 나라 안팎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은 자기 결론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느냐, 공포를 얻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 상황을 너무 걱정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걱정하면 누리도 걱정하게 된다, 손을 열심히 씻으면서 지나가기로 했다.  사실 우리는 5월에 일주일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었다.  4인 가족 항공료와 호텔예약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아가고 있다.  정말 쓰리긴 하지만-.  모든 게 배움이 아닐까 싶다.  한국이 메르스를 통해서 배웠듯, 우리도 배운다.  다음부터는 비싸도 꼭 환불가능한 여행 상품으로 사자고 다짐한다.


https://globalhandwashing.org/resources/keep-calm-wash-your-hands-poster/

알고보니 이미 존재했던 global handwashing 자선단체.  손씻기를 권장하는 단체다.  COVID-19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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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닫자, 말자 들썩들썩해도 아이들은 학교가 즐겁다.  얼마 전에 진행된 World book day 행사.  아이들이 책 캐릭터로 차려입고 등교했다.  캐릭터 옷을 사자고 했으나 만들어 입고 싶다는 누리의 뜻을 따라 만들어줬다.  같이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남겨두고 '같이 만들었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Little miss hug라는 캐릭터.



다른 아이들처럼 캐릭터 옷을 산건 아니라서 훨씬 적은 비용이 들었다.  2파운드.  하지만 재료사러 20분 운전해서 가고, 다시 20분 오고.  도중에 커피 한 잔 사마시고.  만드느라 시간쓰고.  적은 비용이라 할 수 있는지 과연 의문..이지만 누리가 즐겼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