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keyword] Britishness - 영국사람들

토닥s 2020. 2. 26. 09:00

#01.


지난 주말 런던 근교의 한인타운인 뉴몰든에서 런던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요즘은 보통 5~7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마침 누리도 중간방학이라 좌누리우지비 데리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둘을 데리고 가려니 혼자 움직일 때보다 늦어져 한참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영국인 아저씨 3명, 중국계 아일랜드 아저씨 1명 이렇게 계신다.  아저씨라 불린 걸 알면 다들 펄쩍 뛰실라, 하여간.

이렇게 외국인(?) 4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뉴몰든 길 한 가운데 서있으니, 일행들이 서있던 곳 맞은 편에 위치한 한국식당 매니저분이 오셔서 모임이 끝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라고 하신 모양이었다.   

모임을 마치고 우리는 밥을 먹고 갔지만 일행들을 기다리기 위해 함께 한국식당으로 갔다.  비빔밥을 받아든 친구 한 명이 고추장이 든 병에서 고추장을 쭉- 뿌리는 게 아니라 쭈---------------------욱 뿌렸다.  맵다고 내가 걱정하자, 괜찮다고.  다른 친구 한 명이 한국어 교재를 보면, 한국 음식을 맛본 외국인이 맛은 좋지만 맵다고 하는 대화가 나오는데 자신과 함께 한국음식을 경험했던 외국인들 중 한국음식이 맵다고 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을 꺼냈다.  고추장을 쭉 뿌렸던 친구도 그 말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 건 나 혼자였다.  아마 그 사람들은 Britishness의 전형일뿐이었을꺼라고 내가 말했다.  

Britishness - 그게 뭐냐고.  싫어도 겉으론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영국 사람들이다.  친절함으로 좋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이중적인 모습으로 부정적으로 해설될 때도 있다.  무엇에도 좋다고 대답하는 영국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은 Lovely다.  다른 영국인 아저씨 1명이 맞다면서, 늘 '루블리'하지라고 말해서 활짝 웃었다.  Lovely를 '러블리'라 하지 않고 '루블리'라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02.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 형태는 침묵시위지만 사실 우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당연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19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비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산 마스크를 하고 갔다.  2월 말이긴 하지만 밖에 가만히 서 있는 건 춥다.  영국인들은 꽤나 합리적&실용적이다.  바이러스라는 건 마스크로 막을 수 없으니 의미 없다는 친구들.  하지만 지금은 낯선 이 풍경도 멀지 않아 이곳에서도 받아들여질꺼라고, 이곳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게 될꺼라고 나는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올때만해도 불과 십년 전 영국엔 아이스 커피가 없었다.  지금은 한겨울에도 프라프치노를 마시는 사람들이 되었다.  

실제로 누리와 중간방학 중에 박물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류장에 한 여성분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시내에서 마스크를 한 아시아인들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외 사람들이 마스크를 한 건 나도 처음 봤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곳도 마스크가 익숙해지는 날이 올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외국인 친구들은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꺼라고.  마스크의 효과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전문가용이 아닌 다음에야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는 어렵다는데 다 같이 동의했다.  그러면 결국 바이러스 전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노력 - 매너라는데도 다 같이 동의했다.  그러니 영국사람들은 더더욱 마스크를 하지 않을꺼라는 영국인 친구의 말에 다 같이 빵 터졌다.  일명 셀프디스 - 자기비하, 이것도 Britishness다.




#03.

Britishness
/ˈbrɪtɪʃnəs/ noun the quality of being British or of having characteristics regarded as typically British.


이 글은 아주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