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life] 안녕, 겨울

토닥s 2019. 12. 7. 20:41

여러 가지로 힘든 가을이었다.  누리는 누리 대로 바쁘고, 나는 나대로 힘들었다.  바쁜 누리를 감당하려니, 나는 바쁘고 힘들었다.  덕분에 내가 가장 먼저 병이났다.  가장 연장자다 보니.  2주만에 목소리를 되찾고 나니 이젠 누리가 병이나는 모양이다.  이렇게 돌아가며 아픈 사이 지비는 지비대로 또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없던 머리숱이 더 없어진 느낌.  그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기..는 교과서 같은 답이고, 사실 각자의 짐이 버거워서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 가을.  가을을 보내고 12월의 첫날, 겨울다운 겨울을 맞이했다.

지비가 일했던 곳에서 가족 및 친구들을 초대하는 오픈 행사가 있었다.  임시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직원과 직원의 지인들이 와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도록한 행사.  그렇지 않아도 지난 겨울의 끝무렵 "아이스 스케이트나 타볼까?"하고 알아보니 가격도 만만하지 않고, 누리가 레슨과 겸해서 탈 수 있는 건 겨울끝까지 예약이 다되어 다음 겨울로 넘겼다.  왜 레슨이 필요했냐면 나도, 지비도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본적이 없으므로 누리가 레슨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예약한 날에 앞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탈줄 아는 동료와 점심시간에 연습을 해본 지비는 그럭저럭 타질 것 같다고.  정말?  뻣뻣한 네가 탄다고?

겨울마다 아이스 스케이트를 빠짐없이 타는 친구 가족을 초대해 지난 일요일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넘어지면 중상인 나는 혼자서 테두리만 몇 바퀴 돌았고, 누리는 지비의 손을 잡고 또는 보조기를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중 비교적 북쪽 출신(경기도민)인 형부에게 보여주니 다음에 겨울에 한국와서 꼭 아이스 스케이트 타잔다.  한 때 날아 다니셨다면서.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그래도 서 있네?"

+


누리는 언제 또 아이스 스케이트 타러가냐고 묻는다.  겨울이면 또 해야 할 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나이 오십 전에 스키도 타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