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983days] 식겁하다.

토닥s 2018. 2. 22. 23:36

블로그가 조용한 한것은 누리가 아프거나. 누리가 방학을 했거나.  이번엔 둘 모두였다.  월요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이젠 내가 아프고 그러느라 계속 조용한 며칠이었다.  밀린 이야기를 올리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하지만 일단 식겁한 이야기부터.


지난 주 누리의 중간방학이었다.  원래 이 기간 리옹에 파견 나와있던 대학동기 가족과 포르투칼 포르토Porto 여행을 하려고 오래 전에 계획했다.  지난해 연말, 대학동기 가족이 사정이 생겨 급하게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결국 우리만 가게 됐다.  여행을 앞두고 학기의 말미에 접어드니 피로누적으로 슬슬 아프기 시작하던 누리.  대체 여행을 가서 다닐 수나 있을까 싶었다.  중간방학을 앞두고 결석까지 해가며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학기 마지막 날엔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 누리 친구네에 놀러가기로 오래 전부터 약속이 있었는데 누리는 친구네에 가지 못하는 것을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보다 더 걱정했다.  여차여차 저차저차 친구네 가서 잘 놀고 집에 와서 목욕을 시켰다.  그런데 목욕을 시키면서 보니 몸에 울긋불긋 핑크색 반점이 보였다.  지비에게 보여줬더니 별일 아닌데 오버한다고.  별일이 아니기를 바라며 저녁 먹고 다시 살펴보니 한 시간 전보다 더 많아진 핑크색 반점.   체온을 재보니 역시나 38도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근거 없이 '홍역'이 떠올랐다.  사실 내가 아는 아이들 질병이래야 수두와 홍역이 전부인데, 지난해 여름 수두를 했으니 남은 건 홍역이었다. 

그런데 누리는 홍역 예방접종을 2차까지 했기 때문에 홍역이기 어려웠다.  원천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차까지 예방접종을 하고도 홍역에 걸릴 가능성은 1%라고 한다.  누리가 1%인가.  일요일에 포르토로 날아가야 하는데 홍역이라니.  일단 두 아이 엄마인 지인 J님께 사진을 찍어보냈다.  정말 이럴 때 많은 도움을 주시는 J님.  고맙습니다.  J님이 가지고 있는 책에 소개된 홍역 증상을 보니 누리는 홍역이었다.  이 순간 지비는 포르토행 비행기와 숙소는 어쩌냐며 절망하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홍역은 전염율이 높아 공공장소에 갈 수 없다.  심지어 병원도 홍역이 의심되면 병원에 오지 말고 전화로 문의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의사인 G님께 물어볼까 말까 지비와 고민하다 토요일 아침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밤새도록 홍역의 증상과 예방접종 후 홍역에 걸릴 가능성에 대해서 검색해봤다.  여전히 가능성은 낮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영국은 홍역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도 제법 있다.  혹은 예방접종을 시키고 싶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장기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끔 홍역 유행이 뉴스로 나오기도 한다.  정말 누리가 그 1%인지 아침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이 되서 확인해보니 몸에 핑크색 반점은 많아졌지만 홍역이라고 볼 정도로 심해보이지 않았다.  반점이 목와 귀 뒷부분, 몸에만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NHS 문의번호 111로 전화해 주말에 문을 여는 GP를 예약받아 토요일 오후에 방문했다.  다행히 홍역은 아니고 바이러스 반응이거나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진단을 받고 여행을 해도 좋다는 답을 들었다.  혹시나 가려울 수 있으니 알레르기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기쁨에 넘쳐 우리는 집으로 오는 길 대로변에 있는 별다방에 들러 자축연을 가졌다.  토요일에 문을 연 약국도 찾고, 그때까지 유보했던 짐싸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를 의논하며 당을 보충했다.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 아이 나이에 비해 좀 세다며 몇 가지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여행준비를 마쳤다.  누리는 누리 짐을 쌌고, 누리가 잠들고 30분 만에 전체 여행짐을 쌌다.  3일 정도 여행짐은 이제 껌이라며-.




거의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출발해서 공항에서 아침을 먹었다.  비행기가 한 시간 늦게 이륙했지만, 20분 정도만 늦게 도착했다.   출발 전에 굴곡이 많았던 여행이었지만, 생각보다 작은 포르토와 지인의 도움으로 여행도 잘 마치고 돌아왔다.  벌써 일주일도 전에.  그걸 천천히 풀고 싶은데 벌써 누리 데리러 갈 시간이구나.  포르토 여행기는 간단하게 후딱 올려야겠다.

I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