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869days] 중간방학

토닥s 2017. 11. 15. 08:06

지난 주 중간방학을 맞아 폴란드에 다녀왔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편한 시간, 항공요금이 저렴한 시기에 움직였는데 이제부터는 누리의 학기에 맞춰 여행을 다닐 수 밖에 없다.  아이 없는 사람들은 피해간다는 그 시기에 이제는 우리도 끼여서 움직인다.


영국의 학기는 1년에 3학기가 있다.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 1월에 시작하는 봄학기(?), 4월에 시작하는 여름학기.  각 학기는 보통 13주인데 중간에 1주간의 방학이 있다.  이번에 우리가 보낸 중간방학.  그런데 이 중간방학이 사람잡는 경향이 있다.  9월에 학년이 시작되면 6주간 학교에 가고 1주일 중간방학을 하고 다시 6주간 학교에 간다.  그리고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있다.  1월에 다시 6주 등교 - 1주 중간방학 - 6주 등교 후 2주간의 부활절방학이 있다.  그리고 4월에 6주 등교 - 1주 중간방학 - 6주 등교 후 6주간의 여름방학이 있다.  이 학기제를 블로그에도 페이스북에도 설명했는데 다들 "뭐?" 이런 반응이다.  6주마다 1~2주의 방학이 돌아오니 일하는 부모들은 이리뛰고 저리뛴다.  그나마 영국, 유럽 안에서 조부모의 손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만 그도 안되는 사람들은 부부가 번갈아 휴가를 쓰느라 가족 휴가 다운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방학을 겨냥해 각종 프로그램이 체육센터, 학교, 과외활동 기관에서 진행되지만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게에는.


누리가 학교를 시작하기도 전에 중간방학에 맞춰 폴란드 가는 항공권을 사뒀다.  거의 일주일 집을 비우는 격이라 냉장고를 비워야 했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가는 이참에 땀을 줄줄 흘리는(?) 냉장고를 해동시켜줬다.  덕분에 몇 년만에(?) 냉장고를 구석구석 청소했다.  폴란드 가기 전 그 바쁜 와중에 하루를 다 보내버린 냉장고 청소.



여차저차 폴란드에 잘 다녀왔다.  지비의 고향에서 누리는 사촌들과 잊지못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고향에서는 기차로 5시간 떨어진 브로츠와프에 여행도 다녀왔다.  브로츠와프에 간 이유는 두 가지.  도시 구석구석 숨어있는 난쟁이들과 폴란드 도자기. 

한국의 친구들 집에도 다 있던 우리집에 폴란드 도자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머그 3개를 구입했다.  볼레스와비에츠 Boleslawiec.  여전히 이름은 어렵지만 이제 대략 일명 폴란드 도자기에 대한 감이 왔다.  나는 볼레스와비에츠가 도자기 회사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도자기를 많이 생산하는 도시 이름이었고, 비슷비슷한 문양의 도자기를 생산하는데 회사마다 디자인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 빨래를 1박 2일 동안 열심히 한 다음 다시 가방을 싸들고 런던 외곽으로 이사한 지인 집에 1박 2일 일정으로 일명 할로윈 슬립오버를 다녀왔다.  아이들도 있고 두 집이 거리도 있으니 모두 한 번 얼굴을 보려면 차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어느 한쪽은 술을 마시지 못해서,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 아이들도 실컷 놀고 부모들도 실컷 마실 수 있는 이벤트를 중간방학 겸 할로윈 겸 마련했다.  빨래 사이사이 당근 케이크와 초코렛 케이크 반죽으로 간식을 굽고 침낭 이불 맥주 싸들고 고고.



명목은 할로윈이지만 절반은 한국인이니 밥은 김치 된장국으로 냠냠.  그래도 할로윈이니까 밖에서 불장난 좀 해주고.  모닥불 피워서 머쉬멜로도 구워먹고.  이 머쉬멜로가 이 날의 절정이었다, 아이들에겐.  부모들에겐 아이들이 잠든 뒤가 절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새벽에 일어난 그 집 아빠는 일찍 아이들을 뒤따라 꿈나라로 고고.  손님인 우리만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못다한 빨래를 열심히 돌리면서, 가을가을 하면서 중간 방학을 마무리 했다.



+


중간방학이 끝난지는 2주 반이 지났고, 이 글을 시작한 시점도 2주가 지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유는 있다, 무척 바쁜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뭔가를 읽고 쓰는 이런 시간이 좋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과연 내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런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하고 나를 실험하는 가을이다.  아니, 벌써 겨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