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170904] 밥상일기 - 고향의 맛

토닥s 2017. 9. 4. 08:41

요며칠 페이스북에 올렸던 고향의 맛 시리즈.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가 만큼이나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떤 음식을 먹는가다.  가만히 돌아보면 누리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 음식이 주를 이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한국음식이 많은 것 같다.  그 쉽다는 된장찌개, 미역국도 못끓이는 처지라 한국음식이라기는 뭣하지만.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하이트(수출용)가 할인이라 한 번 사봤다.  그 누군가는 몇 년만에 한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시고 뿜었다는 하이트.  대학시절 히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하이트.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아서 놀랐다.  수출용이라서 그런가.

그리고 하이트보다 중요한 쥐포님.  언니가 런던오면서 들고왔는데, 매일밤 언니들과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마지막 남은 두 마리.  이 날 하이트와 함께 냠냠.



요즘 한국마트에 장보러 갈때마다 꼭 사오는 아이템이 단무지와 김밥용 햄이다.  내가 싸주는 김밥은 안먹는데, 누리가 자기 손으로 싼 김밥은 먹어서 달걀, 오이, 햄, 단무지 간단하게 준비해서 싸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싸먹도록 준비하는게 더 손이 많이 간다는 불편한 진실.  그래도 잘 먹어만 준다면 해야지 어쩌겠나.



요즘 들어 누리가 먹기 시작한 삼각김밥.  사서 몇 번 먹어보니 잘 먹어서 삼각김밥용 김을 샀다.  주먹밥보다 쉬울꺼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내용물을 넣는 일이 은근히 어렵다.  내용물이 한쪽에 쏠리면 삼각김밥도 옆구리가 터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싶지만, 정말 옆구리가 터진다.  그래도 몇 번 싸보니 이제 내용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참치+마요네즈는 우리용이고, 누리용은 치즈나 달걀을 넣어준다.  누리가 그렇게 넣어달라고 했다.



이번 주, 프랑스에 잠시 거주 중인 대학 동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다녀갔다.  런던에 온 첫날 한국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한국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떡국과 콩나물이 먹고 싶다고 친구가 골랐는데 정작 본인과 아이들은 못먹고 떠났다.  덕분에 우리만 열심히 떡국과 콩나물을 먹었다.



오랜만에 숙주가 아닌 콩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먹었고, 틈틈히 김치콩나물국밥을 검색해서 만들어봤다.  대충 만들었는데도, 나로써는 괜찮은 맛이라 놀라웠다.  역시 김치와 콩나물은 기특한 식재료.  찬바람이 불면 한 번쯤 더 만들어봐야겠다.


늘 한식만 먹는 것은 아니고 가끔, 아주 가끔은 여기저기 뒤적뒤적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폴란드 음식도 만들어본다.  믿거나 말거나, 지비가 참 잘만들어졌다고 칭찬(!)한 비고스.  지비의 가르침 없이 인터넷의 가르침을 받았다.   같이 놓인 폴란드 만두는 물론 샀다.



그리고 얼마전 폴란드 여행에서 맛본 차가운 비트루트 요거트 스프.  괜찮은 식당에서 먹은 맛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제이미 선생님의 조리법과 폴란드아내polishwives 등등 여러 가지 사이트에서 공통점을 추려 만들었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여름이 오면 꼭 먹게 될 폴란드 음식이 한 가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