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Europe

[Poland2011] day02 extra - 술 권하는 폴란드

토닥s 2017. 7. 16. 07:19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알면 알 수록 폴란드는 한국과, 폴란드인들은 한국인들과 싱크로율이 높다.  많이 비슷하다.  유럽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권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일단 폴란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먹고 마시는 면에서 정말 많이 권한다.  올해 초 돌아가신 지비의 고모님은 늘 우리더러 새처럼 먹는다고 나무라셨다.   잠시 들려 차 한 잔만 하고 가겠다고 연락하면 늘 밥을 해놓고 기다리셨다.

 

술 마시는 문화도 정말 비슷하다.  안주가 없는 건 다르지만, 보드카만 생으로 마신다, 술 권하는 문화 만큼은 정말 똑같다.  이런 식이다.

6년 전 여행에서 크라코프를 떠나기 전 지비의 동료들과 모여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친구네에서.  먼저 도착한 한 친구가 사람들이 밖에서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문 밖에 나가 보드카를 원샷하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친구는 술 마시지 않는 아내 몫까지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 부부가 준비해 온 보드카 젤리.  게임으로 먹는 젤리였지만 달콤한 맛에 먹다보면 훅 가는 젤리였다.  달달구리를 좋아하는 지비도 이 젤리 챱챱 먹다 훅 가셨다.

 

 

투어에서 막 돌아와 배고팠는데 친구가 내놓은 술상은 보드카, 사과주스, 콜라, 피클이 전부였다.  (배고파) 아쉬운 내 눈빛을 보았던지 "네 생각을 못했다"며 가게에 다녀온다고 했다.  잠시 뒤에 체리보드카 한 병 들고 나타났다.  40도 보드카는 독하니 숙녀용 체리보드카라며.  그런데 그 체리보드카는 38도였다.

 

 

시간이 흘러 사람이 늘어나도 맥주 정도 추가 되고, 레드불 같은 카페인 음료 추가 되고, 비스켓 정도 추가 되는 게 전부였다.

 

 

술이 어지간히 들어가고 시작된 음주가무.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자신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고 생-난리-부르스였다.  지비 말에 의하면 80년대 90년대 유행하던 폴란드 대중가요를 불렀다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내겐 그저 코미디였다.

 

 

그래서 모두들 (요즘 말로) 꽐라가 되었다는 당연한 결말.

같이 꽐라가 된 경험 때문인지 아직도 이들과 페이스북으로 코멘트를 주고 받는다.  진한 술 한 잔은 그렇게 오래 남는 것인가보다.  폴란드나, 한국이나.

 

+

 

지비가 폴란드가 유럽에서 음주운전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은 세계에서 음주운전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고 말해줬다.  이렇게나 비슷한 폴란드와 한국이다. 부(끄)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