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day02-03] everyday holiday

토닥s 2017. 4. 3. 01:08
휴가와서 우리가 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무척 하찮을지도 모르겠다.  놀이터에 나가 놀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빵집에 가서 빵을 사먹고.  사람들이 매일매일 하는 일들이고, 우리 역시 런던에서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한국에서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우리에겐, 누리에겐 아주 특별한 휴가다.

day 02

누리랑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아기돼지 삼형제와 매직램프.

누리에겐 인생의 첫(만화)영화다.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을 본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어둠을 부담스러워할까봐, 카툰을 보러가자고 집을 나섰다.  시차적응이 안되서 집을 나설 때도, 돌아올 때도 무척 힘들었지만 영화 자체는 무척 즐겼다.  예상대로 올해 2월에 폴란드 가서 처음 먹어본 팝콘을 사주니 너무너무 좋아했다.  영화 시작 전 심장을 울리는 광고 사운드에 놀라 겁을 집어먹기는 했지만, 시차적응이 안되서 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팝콘통 끌어안고 눈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봤다.  한국의 극장은 영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쾌적하고 저렴해서(하지만 팝콘은 무척 비싼) 돌아가기 전에 또 가고 싶다.

다만, 우리가 본 아기돼지 삼형제와 매직램프는 내게 별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눈 감고 듣다가 졸기도 했다.  역시 극장만화영화는 미국이 잘 만들고, 요즘 TV만화영화는 한국도 잘 만든다.  중국은   만화영화보다 그냥 서사영화나 계속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day 03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고 언니의 생일을 기념해서 점심이나 나가 먹자고 했다.  아침을 먹는데 날씨가 좋아 누리가 좋아하는 자전거나 타러 갈까 언니와 이야기 나누었다.  그런데 TV에 빠져 혼밥을 느릿느릿 먹고 있던 누리에게 엄마(=누리 할머니)가 "누리야 밥 어서 먹어라.  자전거 타러 가게~"하면서 자전거를 타러가는 것이 공표된 계획이 됐다.
사실 어젯밤부터 내 다리가 너무 아파 한 잠도 자지 못했다.  아침에도 침대에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는데 누리에게 벌써 자전거 이야기를 꺼낸 뒤라 언니의 안마를 받고, 동전 파스 줄줄이 붙이고, 진통제를 먹고 집을 나섰다.  나가서는 파스의 힘인지, 진통제의 힘인지, 걷기의 힘인지 한결 나아져 점심도 먹고 돌아와 누리와 놀이터까지 나가 놀았다.  약기운 떨어진지는 벌써 오래고 파스 기운도 떨어지는지 다시 슬 아파오는 다리.
(다시 자전거로 돌아가) 지난 번에 왔을 때도 자전거 타기를 너무 좋아해서 누리는 할머니 집에 간다고 할 때부터 자전거를 꼭 타러가자고 할 정도였다. 

5번째 누리의 생일 선물은 아마도/거의 자전거가 될 것 같다.  9월에 있을 생일 선물을 좀 당겨서 7월에 사줄까?  여름 방학 동안 탈 수 있도록.

마침 한 달에 두 번 열린다는 아트페어/체험 같은 게 있어 나무로된 열쇠고리도 만들었다.  모형이 있고 그에 따라 아이들은 색칠만 하면 된다.

다음에 또 열쇠고리도 만들고 자전거도 타자는 누리.  그래그래. 그 정도는.

밖에서 부모님과 언니 생일밥 잘 먹고 (사진 찍을 때) 우는 아이를 케이크 사준다고 달래서 들어왔다.  졸지에 마흔이 훌쩍 넘은 언니의 생일 케이크는 무지개 뽀로로 케이크.  영국 가기 전에 한 두 번은 더 먹을 것 같은 뽀로로 케이크.  그래 여기서라도 실컷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