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day01]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

토닥s 2017. 4. 1. 01:48
긴 여정의 끝으로 어제 부모님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이 자고 오전 10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다시 9시 반쯤 잠자리에 든 걸보면 누리는 금새 시차를 극복한듯하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고.

처음으로 타본 장거리 K항공사.  기대가 높았다.  비행기는 낡고 청소가 안된 것 같았지만 좌석이 넓어서 좋았다.  좋았던 것은 잠시.  만석의 비행기에서 누리를 재우느라 꼼짝마 자세로 10시간을 날아왔다.  1시간 지연출발에 맘 상했는데 도착시간을 비슷하게 맞춘걸 보면 역시 한국 항공사. 
직원들도 친절하고 다 좋지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니 그 기준으로 또 한 번 항공사를 평가하게 된다.  누리에게 제공된 기내식은 별 열 개에서 점수를 주자면 별 한 개 정도.  가져다 준 승무원의 친절함이 별 한 개다.  영양이고 뭐고 집에서라면 먹이지 않을 음식과 브랜드들.  속으로 몇 안되는 아이 승객에게 조금 더 신경(=비용) 쓰면 부모승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질텐데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항공사가, 다른 승객이 반기지 않을 꺼란 어머니 말씀.  그런가.  그럴지도.
그래도 좀 신경을 쓰면 좋겠다.  나눠주는 장난감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부실하다고 뭐래진 않겠지만 기내식의 수준은 불평 없이 지나가기 어렵다.  달달구리 일색인 A항공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비교하자면 A항공사가 조금 더 나은 정도.  나중에 이메일이라도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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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01

푹 자고 일어나 아침 먹으니 벌써 점심 때가 지나 있었다.  정말 밥 한 숟가락 더 먹고 휴대전화-유심구매를 하러 잠시 나갔다.  부모님 집 앞 동네.  해결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 들렀다가 집을 나설 때부터 누리가 노래하던 놀이터에 잠시 들렀다.

가끔씩 놀이터 관련 글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다.  놀이터가 적고, 놀이터 놀이 기구에 철학이 없고 그런 글들인데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했던 말은 - 놀이터의 부실함보다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정말 한 30분 노는 동안 누리 혼자 놀이터를 독차지 했다.  추운 날씨가 원인이라는 엄마의 말씀.  그 말씀을 듣고 그런가 싶었다.  누리를 집에 데려다 놓고 택배를 보내기 위해 집 앞 편의점에 다시 갔다.  학원과 학원 사이 컵라면과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는 아이들을 보니 꼭 날씨만이 문제는 아닌 것도 같고. 

우리야 잠시 머물다 가는 처지지만 아이들이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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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요인은 요인이네.  비가 온다니 누리를 데려갈 곳이 마땅치 않다.  거기다 나는 뚜벅이.  다시 폭풍검색의 길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