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7년

[20170130] 밥상일기

토닥s 2017. 1. 30. 20:34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주는 라면, 파스타, 우동, 떡국 - 분식주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라면을 2번 이상 먹은 것 같다.  밥할 기운도 없고, 추워서 밖에 사먹으러 가기도 싫고, 나가도 샌드위치 파스타 거기서 거기라.

우동은 누리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다.  늘 갖춰놓고 달라면 먹는데,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안주려고 한다.  우동에 무슨 영양이 있겠냐며.  그런데 누리가 먹는 다른 메뉴들에도 딱히 영양가가 많다고는 못하겠다.

요즘 우리가 자주 먹는 메뉴가 새우다.  사실 늘 자주 먹는데, 예전엔 (냉동) 생새우를 사다가 조리해서 먹었다면 요즘은 마늘버터가 함께 들어간 제품을 주로 사먹는다.  채소 잘라 볶고 마지막에 새우와 마늘버터를 휙 복다가 삶아놓은 스파게티를 넣으면 끝.  늘 이렇게 간단하면 좋겠지만 누리는 가느다란 스파게티 면을 잘 먹지 못해서 짧은 파스타로 따로 준비한다.  좋아할만한 토마토, 소세지, 시금치, 버섯 넣어서 줬더니 웬일로 그날은 또 우리가 먹는 스파게티를 먹겠다고 해서 먹었다.  제 입맛에는 짠지 물 한 통 원샷하고.

누리 친구네 들고가려고 오랜만에 라즈베리를 넣은 브라우니를 구웠다.  두 통(?) 구워서 하나는 보관해두고, 한 통은 우리가 시식.  오랜만에 구우려고 보니 흑설탕 같은 재료가 없어서 장봐다가 구워야 했다.  가는 길에 그릭 요거트도 사와서 같이 먹었다.  단 케이크를 먹을 때 그릭 요거트를 옆에 놓아서 먹으면 설탕덩어리만 먹는다는 죄의식(?)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의 초간단 점심.  누리는 IKEA에서 사온 와플, 그리고 나는 컵라면+밥+김치.

밖에서 사먹는 달달한 와플이 아니라서 누리가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하트 모양 때문에 가끔 꺼내서 한 개씩 구워줬다.  이 날은 점심이라 3개.  의외로 간단한 끼니를 먹을 수 있어 다음에 IKEA가면 시나몬빵과 함께 꼭 사와야 할 아이템이다.

컵라면은.. 그냥 먹고 싶었다.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춥고.   조카가 왔을 때 먹으라고 사뒀는데 조카는 있는 동안 거의 라면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헤치우고 있는 중.

SNS 여기저기 설이라고 가족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진이 올라오길래 맛있는 걸 먹고 싶었으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오븐에만 넣으면 되는 새우관자크림소스를 사다가 마늘빵과 구운 채소와 함께 먹었다.
누리가 좋아할꺼라고 생각했던 치즈마늘빵이 인기가 없었던 게 의외였고, 채소 굽고 자르는 게 간단할 꺼라고 생각했던 게 일이라 의외였다.
그리고 이 날이 설인줄 알았는데, 먹으면서 지비가 찾아보니 토요일이 설이었다.

누리 폴란드 스카우트 보내놓고 간단하게 먹은 점심.  짭짤한 국물(?)이라 나는 좋았는데, 배가 금새 고파졌다는 게 맹점.

그래서 저녁은 든든하게 고기와 밥.

설날 당일에는 못먹고 다음날에야 먹은 떡국.  떡이 다 가라 앉아 분간하기 어렵지만 떡국이 맞다.
누리도 떡국을 건져주니 잘 먹는다.  문제는 이 떡국을 먹고 내가 소화가 안되서 고생을 했다.  쌀떡국이라며 파는데 쌀이 아닌 것인지.  어쩐지 먹을 때 너무 쫄깃하더라니.

장보러 한국마트에 갔다가 그 근처 크리스피 도넛에 오랜만에 가봤다.  여기선 직접 만드니까 맛있었다고 기억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니 도넛도 커피도 맛이 없어서 실망했다.  하지만 누리는 행복했다.

한국마트에 갈 땐 거의 냉장 고기를 사는 편이다.  여기 마트에선 결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통통 썬 고기만 파는데, 물론 전통적인 식육점에 가면 다를려나, 한국마트엔 잘 썰어놓은 치맛살, 갈비살 그런 것들도 살 수 있어 사먹는다.  맛있는데 자주 사먹기엔 너무 멀다.

한국마트에서 누리가 집어든 과자.  어제는 장을 보면서 과자를 은근 많이 샀다.  새우깡, 빅파이, 타코야끼맛 볼(?), 참깨스틱.

마지막으로 먹은 게 한 30년도 더 된 것 같은 빅파이.  어릴 땐 초코파이 저렴버전이었다.  초코렛으로 코팅이 되어 있지만, 작으니까 이거 하나 정도는 누리가 배고플 때 먹어도 되겠지 하면서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사이즈가 커진 빅파이였다.  사이즈는 커도 상관이 없는데 초코파이 같은 빵이 아니라 비스켓 같은 내용물이라 바닥에 부스러기가 엄청 떨어져서 다시는 사지 말자고 생각했다.  얼른 먹어치워야겠다.

사실 한국마트에 가면 꼭 안사도 되는 것들을 많이 사게 된다.  자주 올 수 없으니까..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엔 저장된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집에 수납공간이 없는데 말이다.  뭐 저장된 음식이라고 해봤자 코코몽 보리차, 우동, 냉동만두 그런 것들이지만. 

그렇게 가득사서 채웠는데, 오늘 저녁은 당장 먹을 게 없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