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514days] 재영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

토닥s 2016. 11. 11. 03:07
지비와 내가 이곳 사람이거나 이곳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서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지는 않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런던이라는 도시의 특성 때문인지 자리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의 반복일뿐. 
취미로라도 사람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누리를 생각하면 특히 더 그렇다.  변함없이 볼 수 없는 가족은 영상통화로나 만날 수 있으니.
성격상 종교생활은 어렵고, 사실 참 많이도 권유받는다, 스카우트 같은 걸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그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달 한국에서 친구와 친구의 두 딸이 다녀가고 부쩍 향상된 누리의 한국어에 지비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지척에 있어도 가지 않던 폴란드 서점을 가게 됐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책을 사보란 나의 주문도 있었다.  그때 서점을 운영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지비가 인근에 폴란드인 스카우트가 있다는 걸 듣고 연락을 해봤다.  몇 차례 연락을 주고 받고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참관을 갔다.

보통 스카우트는 6세부터인데 이 그룹은 만 4세부터 7세까지라서 폴란드 난장이 그룹이라는 별칭이 있다.  토요일 오전 폴란드 주말학교가 끝나고 과외활동처럼 이루어져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 5세~7세였다.  누리가 어린축에 들었지만 보다 어린 아이들도 있긴했다.

프로그램은 폴란드어로 진행되는데 사실 스카우트 그 자체보다는 폴란드어 사용에 더 목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재미있는 건 누리가 진행자의 이야기를 못알아들으니 옆에 아이들이 영어로 이야기해주는 상황.

 
실내활동에 이어 실외에서 잠시 노는 시간.  폴란드어로 동요를 부르며 돌다가 술래잡기하는 간단한 시간이었지만 아이들도, 누리도 즐거워했다.  처음엔 왁작왁작 큰 목소리, 폴란드어가 내겐 그렇게 들린다, 때문에 누리가 무서워했다.  그래서 누리만 넣어놓고 인근에 차를 마시러 가려던 우리는 스카우팅 시간 내내 참관을 했다. 

마침 스카우팅 조직에서 일하는 분이 참관 오셨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폴란드인이었고 미국-캐나다-영국 스카우트 조직에 발을 담고 계신단다. 
영국이 스카우트의 발상지라는 점, 나도 몰랐던 사실, 영국에 이어 두번째로 스카우트를 만든 나라가 폴란드라는 점, 스카우트 초기 운동자의 가족이 폴란드인이었다나, 등을 듣게 됐다.  일반적인 스카우트가 만 6세에 시작하는데 운영을 해보니 만 6세와 11세는 차이가 너무 커서 만4-7세와 그 이후를 분리하게 됐단다.  덕분에 누리도 낄 수가 있었다.
폴란드 주말학교는 부담스럽고, 격주 과외활동 정도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개인적으론 누리가 만 6세가 되면 이곳 스카우트로 옮기고 싶다.
일반적인 스카우트의 모토는 탐험과 삶을 위한 기술 정도인데, 폴란드 스카우트는 기본적인 모토에 신과 애국이 추가되어 있다.  딱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두 가지.  기복신앙이 더해진 한국의 기독교 같다고나 할까.  정말 폴란드는 여러 가지면에서 유럽의 한국이다.

누리에게 다음에도 오고 싶냐고 물으니 오고 싶단다.  그래서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 참가 결정.  일단 만 6세까지 가보자.  격주라 약간 부담이 적고, 집에서도 가까우니.

+

갑자기 추워진 토요일이었는데 꽁꽁 언몸을 집에 들어와 잠시 녹이고 누리를 씻긴 다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런 일이 잘 없는데 그 날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 불꽃축제가 있어서 구경을 가기로 했다.  영국은 11월 초면 Gay fawkes 불꽃놀이를 종종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전주는 Diwali라는 힌두 축제가 있어 멀리서 불꽃놀이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집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리가 궁금해 해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 열리는 불꽃축제에 누리를 데려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7~8시라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소음에 취약한 누리의 성향을 볼 때 표를 사서 들어가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입장권을 살 돈으로 근처에서 밥을 먹고, 멀리 공원 밖에서 불꽃을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공원 근처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 어린이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어 공원 근처로 가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는데 누리는 1분도 지나지 않아 시끄럽다고 집에 가잔다.  1분쯤 더 버티다가 누리가 울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소음도 소음이지만 7시가 넘어간 시간이라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불꽃놀이는 향후 2~3년 뒤에나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그날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번 바깥 나들이를 했던 탓인지 누리가 감기에 걸렸다.  나는 금요일 오후에 맞은 독감예방주사가 원인이 아닐까 싶었지만, 의사 말은 시기가 우연히 맞았을 뿐 일반적인 감기라고.   이 시기 아이들은 감기 걸리면 회복하는데 2주가 걸리고 그 뒤 감기 없는 4주를 보내고 다시 새로운 감기를 앓는단다.  
지난 주말 이후 오늘까지 쭉 누리는 나랑 집에서 투닥투닥 지지고 볶고 있다.  나도 슬.. 지친다.  아.. 감기의 끝은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