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book]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

토닥s 2016. 9. 29. 19:04

후지이 니에메라 미도리˙타카하시 무츠코 외(2011).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 박찬영˙김영희 옮김.  아침이슬.


지난 5월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읽으라고 준 책이다.  9월 중순 누리의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책.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이다.  첫번째는 핀란드에서 둘째 아이를 낳고 길러본 일본 여성, 첫째 아이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담겼다.  출산에서부터 접하게 되는 보건소 격인 네우볼라, 어린이집 격인  패이배코티, 유치원 격인 에시코울루에서 아이들의 생활 그리고 환경이 주요내용이다.  두번째는 일본의 어린이집(같은) 호이쿠엔의 교사들이 이틀간의 패이배고티 체험/경험이, 세번째는 핀란드 보육 정책의 현황이나 역사가 담겼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첫번째와 두번째 부분.  그런 보육현실이 가능하게 한 역사나 현황이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세번째 부분은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핀란드의 역사와 정치를 몰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북유럽'은 '선진국가들'로 본다.  그런 핀란드의 보육정책들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시작되었는데, 주요한 이유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한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문제들을 겪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이민자들에게 문을 여는 것으로, 핀란드는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내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어떤 것이 옳은가 혹은 나은가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선진보육 시스템으로 보이는 핀란드도 점점 공립보다는 사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립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주어지는 보육지원수당과 다양한 요구 혹은 길어진 노동시간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들이 반갑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보다는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환경인 영국과 핀란드를 많이 비교했다.  영국은 특히 보육 부분은 사립의 비중, 부모의 부담이 많기 때문에 핀란드가 훨씬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핀란드로 이사갈 수도 없다.  그건 이 책을 한국에서 읽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일테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보육기관을 평가하는 기준, 선택하는 기준, 가정보육에서 챙겨야 할 점 혹은 가치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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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엄마가 집에 있는 경우) 보통 두 돌 근처에 어린이집을 많이 시작하는 것 같다.  기타 경비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 경비는 지원이 된다고 알고 있다.  물론 기타 경비가 더 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누리가 그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왜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지 많이들 물었다.  기본적으로 영국은 무료 공공 보육이 만 3세부터 시작된다.  저소득층과 같은 특정 계층들은 공공 보육을 만 2세부터 시작할 수 있기는 하다.  일주일에 15시간.  주 5일로 나누면 하루 3시간.  이런저런 시간을 빼면 하루 2시간 45분이다.  그러고보니 작년 선거전에 카메론 전 총리가 올 9월부터 30시간으로 늘인다더니 선거 지나고 없는 이야기가 됐네!

물론 사립 보육기관은 보통 6개월 이후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누리가 만 2세쯤 되었을 때 찾아본 비용이 주 5일 풀타임이 1300파운드였다.  물론 가격은 동네따라 시설따라 다양한 편이지만 이 정도면 중간가격이다.  지금은 그보다 더 올랐겠지만.  내가 찾아본,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은 풀타임이 아닌 경우 거의 시간당 지불하게 되는 개념이었는데 한 시간에 16파운드 정도였다.  시간이 많아지고, 풀타임이되면 할인이 되는 경우였다.  만 3세가 되서 공공 보육의 지원을 받으면 이 금액이 내려가는데(early education grant), 한 교사당 담당하는 아이들의 수도 늘어나는데 3세 이상은 교사 1인당 원아 6명 정도, 시설에 따라 그 할인 폭이 천차만별이다.  다들 독자적인 계산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설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다.

나는 누리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공공 보육 시설(지역정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에 사립을 몇 군데 알아봤다.  공공 보육 시설은 주 5일 이용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데 나는 만 3세엔 주 3일 정도만 보내고 싶었다.  주 3일, 하루 3시간을 보낼 때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서 월 300~500파운드 정도였는데 우리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라 포기했다.  그래서 아이 많은 집에선 도리어 아이 돌보미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상황에 떠밀려 지금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70~80%정도 그 시설에 만족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리가 좋아한다.


하루 2시간 45분이면 정말 아이를 데려다놓고 집에 돌아와 한 숨 돌리면 다시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다.  우리 경우는 나혼자 걸어서 20분, 누리랑 걸어서 30분이 넘어가는 거리니 더 그렇다.  그래서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은 거의 매일 차로 다닌다.  그런데 그 2시간 45분이 누리 나이엔 적당한 것 같다.  누리는 '놀러 가는 기분'으로 어린이집을 다녀오지만 마치고 나면 무척 피곤해한다.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돌아올 때 종종 울기도 한다.  누리를 보면서 이 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풀타임 보육 환경에 견디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물론 누리는 시간이 짧은 만큼 정말 '온 에너지'를 쏟아가며 땀에 젖도록 뛰어논다.  애를 데리러 가면 늘 땀에 절어 꼬질꼬질하다.


누리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인근에서 두 가지로 유명(?)하다.  넓은 마당과 아카데믹과 전혀 거리가 멀다 게 이 어린이집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위치(입구는 공원 밖이다)나 넓은 마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점이지만 아카데믹한 요소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에는 호불호가 있다.  아시안, 중동, 동유럽의 엄마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이 그룹은 영국 내에서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편이고, 그래서인지 기대치도 높다.  우리는 누리의 학업성취(?)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기준이다.  지비는 유년 시절이 기억도 없고, 나는 8살에 학교 들어가면서 이름을 그리고 들어간 수준이라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저질체력과 운동능력 제로인 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기본체력 - 열심히 뛰어놀 체력은 가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다소 짧은 시간과 먼 거리가 나에게는 단점 요인이지만 대체로 만족하고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런 나도 이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를 읽으며 '오..'했던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아이' 그리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아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과 비교해 말을 잘/많이 한다.  분명 그 어휘는 TV나 책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말들이 정연하지 못하고, 타인과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누리는 3개국어가 뒤섞여 있다는 변명이 있지만 그 모습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또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과 달리 먹는 것에서부터 놀거리, 입을거리 수많은 선택지를 받고 살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게 없는/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이 된다.  요구만 있고 선택과 선택 뒤에 따르는 책임을 배우지 못한채로 어른이 된다.  이건 누리뿐 아니라 나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런 변화는 참 좋다.  그런데 두 가지 짚고 가야한다.  한 가지는 그 관심이 바른 관심이냐는 점.  부모 자신의 관심/희망이거나 그 관심/희망이 지나칠 때는 문제가 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집에서의 교육이다.  사람됨의 교육.  그런 건 학교에서 시켜주지 않는다.  쓰고나니 너무 꼰대 같네.  벌써 늙었나..  나도 늘 잊지 말자고 각성하는 부분이라 또 한 번 각성하는 차원에서 써본다.


영국의 어린이집은 보통 nursery라고 부른다.  우리식으로 나눠보면 크게 공립과 사립.  보통 공립은 community nursery라고 하고 사립은 private nursery라고들 부른다. 

community nursery는 지역자치 - 구청 소속이다.  그래서 무료보육 시간이 구(borough)에 따라 따르지만 대체로 15시간 무료보육이고 그 이상을 원할 땐 사립과 같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 community nursery 중 (대체로) nursery school이라고 이름 붙인 곳은 주로 3~4세만 보육하고, 그냥 nursery라고 이름 붙인 곳은 만 6개월~4세인 경우가 많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관찰해보니 그렇다.  누리가 다니는 너서리는 다른 공간에 만 2세반만 따로 있는데 아이들의 수가 무척 작다.  10명도 안되는 것 같다.

Private nursery는 말 그대로 사립.  몬테소리 같은 것도 있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독립적인 보육기관도 있다.  대체로 영유아 모두 보육한다.  반이 나눠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은 nursery들은 영유아 통합해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연령통합 보육엔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선호해서 이런 기관에 찾아서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공립과 사립의 경계쯤 존재하는 어린이집으로 학교부설 nursery들이 있다.  학교부설인데 공립 또는 사립에 넣지 않은 이유는 이곳의 학교들은 한국과 달리 재단에서 운영하지만 공적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완전 독자적인 사립학교들도 있다.  물론 이 사립학교들도 공적지원을 받기는 한다.  학교부설 nursery는 모든 학교에 있지는 않다.


nursery는 의무교육은 아니다.  만 4세가 되어 들어가는 reception, 우리식으로 유치원은 보통 학교부설인데 여기서부터는 의무교육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0학년의 개념이다.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만 4세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이 reception의 신청은 그해 1월 초에 마감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누리 nursery를 보내며 알게된 것들인데 이 교육체제 안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이라 이해가 안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되라고 남겨둔다.  초등학교 격인 primary, 중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격인 secondary는 누리가 갈 나이가 되어야 완전히 이해가 될 것 같다.  처음에 nursery는 kindergarden으로, primary는 elementary, secondary는 middle school과 high school로 불렀다.  이해는 하는데 다들 (웃으며) 의식한다.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지만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 있으면 도움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