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10days] 한국인 엄마의 레시피

토닥s 2016. 7. 30. 08:09
비오는 오늘도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누리는 트램폴린 파크에서 뽀잉뽀잉뽀잉.

트램폴린, 지겨울법도 한데 절대로 지겨워하지 않을 것도 같다.  휴대전화로 찍으니 제대로 된 사진은 없지만 어쩌고 노는지 궁금하다면 - https://youtu.be/q0sCnGMxaQY

IKEA 입성

꼭 누리가 크면, 그보다 내 운전실력이 향상되면 가보고 싶었던 곳 IKEA.  멀지는 않은데, 차로 15~20분, 가려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차가 막히는 거대한 로터리를 지나가야 한다.  후덜덜.  그래서 혼자서는 못가고 늘 지비에게 사정사정(?)을 해야했다.  사람 많다고 싫어하는 지비.
트램폴린 파크를 나서면 11시.  점심을 먹으러 가기에 참 어중간한 시간이다.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을 시간이고, 까페에서 먹는 샌드위치가 빵 좋아하는 나도 지겨워서 다른 것을 먹겠다고 IKEA로 향했다.  물론 자그마한 살 거리도 한 두가지 있었다.  탁상용 스탠드, 접시, 빵(?) 등등.

누리는 좋아하는 감자튀김(사실은 닭 너겟이 주인 어린이 메뉴)을 우유와 함께 먹고, 나는 치즈 샐러드를 우유와 함께 먹었다.  마시고 싶었던 커피는 IKEA 노란 간판을 보는 순간 입맛이 사라졌다.  IKEA 커피는 뭐랄까 - 비행기에서 마시는 기내용 커피 맛이다.

평온한듯 보이는 이 사진 전에는 누리가 우유 한 통 엎질러 테이블만 대충 청소 해주고, 자리를 한 번 옮겨야 했다는 뒷이야기.  아직 우리는 우아해질 수 없구나.

누리를 작은 쇼핑 카트에 태우고 쇼룸은 건너뛰고 필요한 물건을 담아 계산대로 가니 사람이 없어 기다림 없이 바로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정말 IKEA에서 흔하지 않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국인 엄마의 레시피(조리법)

집에 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누리는 누리대로 놀고, 나는 이른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역시 샐러드 접시 하나로는 끼니가 되지 않았다.  내가 배가 고파 서두른 저녁 준비.

발코니 화분에서 키운 열무와 쑥갓을 잡았다(?).  비빔밥을 하려니 번거로워서 김치비빔국수에 샐러드 대신 데친 열무와 생 쑥갓을 넣었다.

그리고 파전도 준비했다. 보통은 누리용 파전, 우리용 김치전 두 가지를 만드는데 열무 자르고 데치고 동시에 누리 목욕 시키고 저녁 먹이느라 지쳐서 우리도 그냥 파전으로 먹었다.  누리 저녁은 감자치즈 필링의 폴란드 만두와 토마토 오이.

지비가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파전을 굽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리도 나중에 파전을 만들게 될까.  지금은 내가 하는 모든 걸 자기가 돕겠다며 부침가루 섞다 흘리고, 채소를 썰겠다며 내 손을 잡고 그러지만 말이다.

나야 여기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쳐 부지런한 블로거님들의 도움으로 여기서도 (맛있고 없고를 떠나) 잡채도 해먹고, 떡볶이도 해먹지만 누리가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그런 레시피를 따르다보면 우리에겐 과하다 싶은 양념, 혹은 구할 수 없는 양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맞게 바꿔먹고 줄여먹는데 그런 걸 기록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리가 나중에 한국인으로 파전도 해먹고, 김밥도 만들어 먹으려면.  물론 미국에 있는 한국인 블로거 중에 영어로 한국 요리를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간단하게 우리 입맛에 맞춘 레시피를 좀 남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해야만 하는 일은 없는데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은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