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09days] 색칠공부 혹은 그냥 색칠

토닥s 2016. 7. 29. 06:44
여기서 컬러링 coloring이라고 불리는 것을 내가 어릴 땐 '색칠공부'라고 불렀다.  찾아보니 지금도 그렇다.  누리가 색칠 비슷한 것을(?) 시작하고서 처음 든 생각은 우리는 왜 색칠을 공부라고 했을까였다.  놀이도 아니고.  공부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임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누리가 나이에 맞지 않게 색칠을 정교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누리만 볼때는 몰랐는데,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다른 아이들을 보고 또 주변을 돌아보니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 하이스트릿 헌책방에서 2파운드 정도 주고 두툼한 색칠책을 구입했다.  누리가 좋아하는 코코몽이나 뽀로로와 친구들을 출력해서 색칠하라고 주곤 했는데 낱장으로 돌아다니며 구겨지기 일수라 그냥 책으로 샀다.  반 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그 책을 넘겨보면 초반에 했던 것과 최근에 했던 것이 다르다.  누리의 발전이, 변화가 눈에 보인다.

초기 색칠

최근 색칠

1.  이 책을 시작하던 3살 누리는 처음엔 선 안에 칠하는 것도, 면을 채우는 것도 어려웠다.  지금은 제법 면을 채운다.
2. 색을 고를 때 고정관념이 없었다.  태양이 파랗기도 하고 나뭇잎이 빨갛기도 했다.  지금은 나뭇잎은 초록으로, 나무기동은 갈색으로 칠한다.  이 부분은 내가 벌써 고정관념을 심어준 것 같아 살짝 후회도 되지만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함께 색칠하며 내가 '그렇게' 칠했을 뿐이다.
3.  아직까진 그림을 전체로, 유기적으로 보는 눈은 없다.  그런 시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면면을 채우다보니 오른 팔 왼 팔 색이 다르다.  어른들이라면 팔은 팔 대로, 발은 발 대로 색이 같을텐데.

혼자서 색을 고르고 칠하고 벽에 붙인 그림.  본 그림의 배경이 노란색이었다.  센스없는 인쇄쟁이라니.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은 부모라 앉아서 할 수 있는 색칠, 스티커를 쥐어줬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는 않다.  스티커, 색칠 같은 할 거리를 주면 까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꼭 스티커, 색칠이 아니라도 어떤 활동이든 다른 아이보다 길게 앉아서 할 수 있는 집중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오늘 오랜만에 이웃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만났다.  그 집 아이가 바닥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이웃이 분필/초크를 꺼내주었다.
누리는 나를 그리고 지나가는 개를 그렸다.  물론 그림에서 나와 개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누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림을 그리고 면을 채워가는 누리와 달리 이웃집 아이는 동그라미 몇 개 그리다가, 선 몇 개 긋다가 벌써 다른 놀이기구를 타겠다며 달아나버렸다.  그래도 괜찮은데, 꼭 저멀리 가서 누리를 부른다.  누리는 그림과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친구에게 가버리기는 했지만 이웃집 아이의 부름이 없었다면 그림을 마무리 했을지도.  아쉽다.

아직은 아이라 그림 그리기, 색칠 하기에 그렇게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다른 장난감에 비하면 되려 싸다.  월령에 맞는 그림과 크기를 고를 여력만 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다.
엄마에게 커피 마실 여유를 주기도 하니 당연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