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374days] Big decision day

토닥s 2016. 6. 24. 06:36
오늘 영국에선 EU 탈퇴와 잔류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밤 10시 막 투표를 종료했고 개표가 시작됐다.  영국의 EU 탈퇴와 잔류만큼 중요한 결정은 아니지만, 오늘 누리에게도 큰 결정과 변화의 하루다.  오늘 처음으로 자기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서 혼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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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누리가 자기는 이제 'big girl'이니까 혼자 자겠다고 했다.  누리의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는 일년도 전부터 누리의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누리도 우리도 감히 그곳에서 자게 될 날이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잡동사니, 주로 빨래 건조대와 빨래들이 쌓였다 치워졌다를 반복하며 일년이 흘러갔다.  일년도 더 된 것도 같고.  한국에 다녀와서 이 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을 가기 전부터 정리를 시작했고,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지비가 자신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빨래 건조대며 생수들이 한 가득.  어제 누리의 'big girl선언'을 듣고 "그래?  방을 좀 치워야 하니까 내일부터 여기서 자자"하고 오늘 오전 부지런히 그 방을 치우고 새롭게 침대 시트를 갈았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잠 잘시간이라며 자기가 앞장서 그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낮에도 내가 그 방을 정리할 때 몇 번이고 들어와 침대에 누워본 누리.  내가 책을 두 권 읽었고, 지비가 한 권 읽었다.  그리고 내게 읽었던 책 한 권을 다시 읽어달라고 했다.  그 뒤 잘테니 불끄고 나가란다.  나갔더니 한 30초 뒤쯤 운다.  잠이 안온다며 마지막에 읽은, 두 번이나 읽은 책을 다시 읽어달란다.  읽었다.  평소엔 토닥토닥 두들기는 걸 싫어 하는데, 어릴 땐 안그러면 잠을 못자더니 요즘은 컸다고 싫어한다, 토닥토닥 해달란다.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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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어떻게 누리를 자기 방으로 옮길까를 이야기하곤 했다.  지금까지 우리 침대 옆에 아기 코트를 개방해서 붙여놓고 셋이 나란히 잤는데, 잠든 후 애를 옮겨볼까 했다.  그랬다간 다음날 아침 누리가 놀라서 울꺼라며 어떻게 해야할까 이야기 나눴는데, 어제 오늘 갑자기 제 발로 걸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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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엔 울면서 일어나겠지만, 또 모른다 자랑스러워하며 씩씩하게 일어날지도, 오늘 밤 나는 한 쪽이나마 쌕쌕이는 숨소리 안듣고 잘 수 있겠구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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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도(빵도) 먹기 전에 인형들을 줄지워 앉히더니 차례로 자기발과 인형발을 비교한다.  그러면서 "누리(발)가 크지? 크지?"를 반복했다.  정말 크기는 컸나보다, 누리가.  핑크색 침대의 유혹이 있긴 했지만 혼자서 자겠다고 하다니.  내일 아침이, 내일 밤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