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World

[hue] 멋과 맛

토닥s 2007. 1. 21. 07:48



티엔 무 사원에서 처음으로 망굿을 먹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망굿이라고하던데, 후배들은 망고스틴이라고 하던군. 망굿은 베트남에서 먹을 수 있는 과일 중 비싼 축에 든다. 그만큼 맛은, 최고.( ♥♥)b 씹는 느낌은 부드러운 백도, 그보다 부드럽고 달다.



노점에서 먹었던 퍼. 자세히 보면 면이 둥글다. 보기만 보고 맛은 보지 못했다. 향차이가 같이 끓여져 나오는 바람에 말이지. 그래도 퍼의 다양함을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나는 퍼를 남겨두고 일어나 또 다른 노점에서 파는 바게뜨를 뜯어 먹었다. 베트남 노점에서 바게뜨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바게뜨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아침에 노점에서 퍼를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무척 배가 고팠다. 후에로 들어가면서 호텔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사람들은 전골류의 음식을 시키고, 나는 후에의 맥주 후다 비어fuda beer를 시켜 마셨다. 전골류를 얼마 먹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후다 비어의 맛은 김빠진 맥주맛, 탄산이 적은 프리미엄 맥주였다. 그래도 맛나게 마셨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사람들이 밥을 먹는 동안 호텔주변을 산책했다. 이상한 차, 침대칸이 있는 차를 발견하고 신기해서 찍었다.



호텔과 접한 도로에 막 나서는테 이 차가 지나가는거다. 나중에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이 보게됐지만, 베트남엔 한국에서 쓰던 중고차들이 많이 다닌다. 처음엔 '그래도 도색은 새로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이런차를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이 낡은 버스들이 내뿜는 매연을 보고 있자면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후에 다리. 그냥 후에 다리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짱띠엔 다리인 것 같다, 틀려도 나는 모름. 어쨌거나 이 다리는 베트남에 다녀오고서 한 CF에서 보기도 하였고, 베트남 관련 책을 읽다보면 자주 등장한다. 후에가 마지막 왕조의 서울이었으니 그러저러한 맥락에서 가끔 등장한다. 구시가와 신시가를 가르는 홍강을 건너게 해주는 다리다.



후에 다리에 시장이 연결되어 있다. 그 시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넓고 커서 그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크다. 일행의 어떤 사람은 시계 배터리를 갈러도 가고, 어떤 사람은 안경다리를 쪼으러 가고, 어떤 사람은 쇼핑을 가고, 나는 또 어슬렁.

사람들과 어울려 쫌쫌이를 사먹었다. 방현석이 예찬한 쫌쫌이. 쫌쫌이는 한국에선 리치라고 알고 있는 열대과일의 비슷한, 그러나 다른 종류다. 리치보다 껍질은 얇고, 싸고 하지만 맛있는.(^ ^ )




시장을 둘러보니 이런 풍경도 있더라. 잘은 나타나지 않지만, 저 여인은 배가 남산만했다. 그런데도 좌판에 앉아 야채를 다듬는 모습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런 풍경은 우리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후에에서 해볼 거리로 추천 하는 것은 밤에 배를 타는 일이다. 일행이 적지 않음으로 배 한채를 빌려 홍강을 유람했다. 그 배안에서는 민요도 들려주고 그런다. 그리고 그 끝에는 기원을 담아 불 밝힌 초를 강물에 띄어 보내는 이벤트도 있다. 다소 식상한 '관광'처럼 들리지만 민요를 듣는 것도, 네온싸인이 많지 않은 홍강의 야경을 즐기는 것도 멋스럽다. 내가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결국 사치스런 정취는 오래 가지 않았다.

한참 민요를 듣고 있는데, 발 아래서 뭔가 중얼중얼 거리는거다. 놀라서 발 아래를 보니 아이들이 배의 난간에 매달려 있다. 아이들이 배를 노를 저어와 배의 난간에 매달려 구걸을 하는 거였다. 조금전까지 느꼈던 정취는 찬물을 세례를 받은 것처럼 싹 사라졌다. 지갑 속에 잔돈을 주어도 그 착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아름답다고만 기억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베트남의 단면이었던 것이다.






다시 정취로 돌아가, 초를 강물에 띄어 보내는데 소원을 빌라고 시킨다. 내가 빌게 있나, 그냥 착찹해진 마음으로 무덤덤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분이 소원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민주노동당 원내진출!" 그 때는 2003년이었다.
그의 소원 덕분? 2004년 민주노동당은 국회로 들어갔다, 눈물을 흘리며.(^ ^ )




걸어서 왕궁을 찾아가다 찍은 사진. 아오자이를 교복으로 입고 있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늘어진 자락을 왼손으로 잡아 핸들을 쥐고 서 있었다. 히야..(@@ )



왕궁을 둘러보고 숙소로 잡았던 미니호텔로 돌아갔다. 사실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었는데, 쑤언의 권유로 후에 정찬을 먹기로 하였던 것이다. 일종의 코스 요리다. 전통음식으로 된 코스요리.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먹어보기를 권한다.



투명한 무엇인가에 싸여있는 새우였다. 찾아보니 반 봇 록banh bot loc이라고 한다. 젓갈에 찍어먹는데 신선함 그 자체다.



바나나 껍질에 쌀과 함께 새우와 어묵을 쪄낸 음식이다. 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이름은 반 라 짜banh la cha tom이다.





파이라고 생각했다. 파이 또는 파전? 오코노미야끼? 이름은 반 코아이banh khoai로 내가 베트남에서 먹었던 베트남 음식 중 맥주를 제외하고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처음 먹은 분bun. 분은 국물이 없는 쌀국수다. 비빔국수 생각하면 되겠다.



이건 뭐 설명 않아도 알겠지만 김치, 피클 종류다. 전반적으로 심심해서 사람들이 이 찬을 맛나게 먹었지만 이 찬 없어도 후에 정찬은 먹기 좋다.



후식으로 나온 음식. 이건 찾아봐도 이름이 없네. 반 라 짜가 어묵이나 새우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건 고구마 같은 달콤한 게 들어 있었다.



후에 정찬을 지휘해서 만든 아주머니다. 그 사회에서도 장인이라고 대우를 받는 듯. 덕분에 베트남에서 술로 배불리지 않고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다.

+ 후에는 참 옛스럽다.  물론 그 옛스러운 멋 뒤에는 무너진 왕궁 터와 여행객들에게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뒷면이라는 것은 어느 사회를 가도 있는 것이지만.  베트남을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곳이면서, 사회주의인데 왜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곳이다.  아름다운 정취 만큼이나 처참한 과거와 오늘이 잊혀지지 않는 곳이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 밤배를 타고 음악을 듣고 싶고, 후에 정찬도 다시 먹고 싶다.  내가 너무 이중적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