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세월호와 마주하기3

토닥s 2016. 4. 16. 06:32
세월호 사고가 나고 한국 언론에 영국의 힐스버로우 사고 Hillsborough stadium disaster가 화자됐다.

1989년 4월 15일 일어난 사고로 경기장에 많은 관람객이 입장하면서, 당시엔 입석 제도였다고 한다, 96명이 압사한 사고다.  이후 영국의 축구 관람은 좌석제로 바뀌었고, 최근까지도 당시 경찰과실(입장 인원조절을 위해 출구로 이용하던 터널을 관람객에게 개방하여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된 점, 관람객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을 저지한 점 등)을 조사하는 재판이 진행중이다.

세월호 사고 후 힐스버로우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 후 안전을 고려하는 문화로 선회하자는 의도는 이해가 됐다.  그러나 힐스버로우 사고의 유가족들처럼 30년 가까운 세월을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할까 생각하니 더 갑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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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들려오는 세월호 사고 관련 뉴스는 그보다 더했다.  의문 투성이 사고에 정부는 한사코 진실을 밝히기 거부하고 주류 미디어는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기억'하는 것이 전부였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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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도 사고 직후 한 엄마의 제안에 의해서 침묵시위가 시작됐다.  런던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 사람 수를 채워주는 것뿐이고, 그나마도 시간이 될 때 잠시 잠깐 들렀다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 자리를 끌고 있는 분들께 늘 고마운 마음이다.  내가 끌려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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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관련된 생각들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사이 한국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지역을 떠나 관심이 가는 후보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은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변호사.  이젠 20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었다.  그의 선거 운동 본부에서는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희생자 어머니 아버지들이 인형탈을 쓰고 유권자를 만나고, 세월호 잠수사가 후보 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박주민 변호사가 당선되고 유가족들은 2년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고.  참 좋은 소식이다.  박주민 변호사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겠지만, 이제는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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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도 없지만 앞으로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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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2주기
- 침묵시위 : 트라팔가 스퀘어 Trafalgar Square 2pm - 4pm
- 영화 나쁜나라 상영 : 레인댄스 필름 센터 Raindance film centre 6:30pm - 9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