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세월호와 마주하기1

토닥s 2016. 4. 13. 21:52

세월호 사고가 나고 많은 뉴스가 넘쳐날 때 희생자 관련 뉴스나 글은 읽지 않았다.  피해 다녔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의식적으로 읽지 않았다.  좀더 차갑게 이 사고를 바라보고 싶었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내면적인 이유는 슬픔과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길어도, 어려워도 재판관련은 읽었다.


어느 날 "나는 꼽사리다"라는 경제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는데, 요즘은 어느 팟캐스트도 듣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나왔다.  사고 후 시간이 흐른 시점이기도 했고, 꾹꾹 눌러가며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초입부분에서 풀컥하고 터졌다.  동혁이 어머니라는 분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을 때였다.

"사실은 제가 동혁이 새 엄마예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조심스러운 그 첫 마디에서 터지고 말았다.


배 아파 낳지도 않은 죽은 자식 이름으로 덕 보려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던가 보다 싶었다.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을 수장시켜가며 덕 본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그 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여전히 진실도 수장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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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희생자 관련 뉴스는 읽지 않았다.  그러다 마주한 한 장의 사진에서 다시 터지고 말았다.  오월어머니집과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에서 팽목항에 내건 플래카드 사진이었다.





세월호는 갑작스런 사고였지만, 요즘 시대에 일어나리라곤 믿기 어려울만큼 많은 희생자를 낸,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한국사회는 이전에도 존재하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어떤 잘못을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해보지 못한 우리다.  묵은 때와 한이 켜켜이 쌓였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청산해야 저들도 두려움을 알게 될 것이다.  세월호 사고 청문회를 보면 세월호도 그 제대로된 청산과정을 밝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늦지 않았다.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도 있고, 이 사건의 주범이라고 보이는 관련 제도와 부패도 바로 잡을 수도 있고, 세월호도 나는 인양할 수 있다고 본다[각주:1].  그렇게 되기를 계속해서 희망하고 있다.




  1. 사고 수심의 차이는 있지만, 이탈리아 해안에서 침몰된 콘코디아는 사고 3년 여 만에 인양되었다. 이 작업에 영국의 업체가 참여해 이곳에서는 뉴스가 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