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12days] 진행보고

토닥s 2016. 1. 14. 07:51
'결과보고'라고 쓰고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재 진행인듯하다, 기저귀 떼기.

어린이집과 함께 떠밀리듯 시작된 기저귀 떼기는 현재까지 잘 진행중이다.

앞선 글에서 이틀 동안 바닥에 몇 차례 실수를 했다고 했는데, 세번째 되는 날은 무사고.
용기를 얻은 지비와 나는 주말 외출에서 기저귀 없이 나가보기로 하였다. 혼자 밖에서 일을 당하면(?) 당황하여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같이 있을 때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아는 커플과 집 근처 하이스트릿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사이 "마미!"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고 발생. 다행히 레스토랑 의자가 비닐가죽이었다. 지비는 누리를 화장실로 데려가고, 나는 남겨진 뒷처리를 했다. 밥 먹고, 차도 마시러 갔는데 별사고 없이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장보러 마트에 갔다. 이번엔 누리가 미리 "마미 슈슈!"하고 말해줬지만, 우리는 마트 구석에 있었고, 화장실은 그 반대 방향이었으며, 누리를 들고 뛰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다시 사고 발생.(i i )

지비는 기저귀 없이 외출하기 너무 이르다고 했지만, 누리의 도전은 계속 됐다. 월요일이 되서 어린이 집에 갈 때 처음으로 기저귀 없이 보냈다. 두 벌의 여벌 옷을 준비해서. 어린이집 스태프에게 30분 마다 누리에게 화장실을 가겠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 날 이후 지금까지 누리는 무사고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 이외도 마찬가지.

방법은 30분 단위로 화장실을 가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화장실을 언제 갔지..하고 계산하는 게 어려우니 무조건 매시간, 그리고 매시간 반에 누리에게 물었다. 처음엔 묻는 족족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지만, 며칠 지나서는 나에게 "마미 괜찮아"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고, 지비에게는 "daddy it's OK"라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렇게 누리는 낮 기저귀를 떼게 되었다.

그 뒤로도 한 달 동안 밤엔 기저귀를 했다. 낮 기저귀를 떼고 나니 밤에도 소변을 참는 능력(?)이 생기는지 아침엔 기저귀가 마른 상태 그대로였다. 물론 예전과 달리 저녁을 먹은 이후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다. 예전엔 후식으로 스무디 한 컵, 목욕 후 우유 한 컵을 마셨다. 스무디는 과일로 대체하고, 우유는 오후에 어린이집에 마시는 걸로 대신했다. 매일 아침 쓰지 않은 기저귀를 버리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밤 기저귀 떼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비는 걱정을 했다. 나는 '밤엔 기저귀'가 익숙해지기 전에 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그 날 밤 사고 발생.(i i )

다행히 매트리스와 커버 사이 방수 매트를 허리 아래로 깔아두어서 매트리스는 괜찮았다. 그런데 누리가 겨울 들어 쓰고 있던 이불이 침낭처럼 들어가 자는 것이어서, 아이들이 이불을 차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 문제가 좀 복잡했다. 이 이불은 우리집 세탁기가 소화하지 못하는 사이즈라 당분간은 이 이불을 쓰지 않기로 했다. 누리는 그 날 이후 캠핑용 침낭을 사용하고 있다.
그 날 이후 한 일주일 정도 내가 새벽 3~5시에 누리가 낑낑댄다 싶으면 "화장실 갈래?"하고 물어보고 데려갔다. 내가 물을 때마다 간다고 따라나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어서, 새벽에 사고가 발생하여 잠을 설쳐도 지비가 받는 영향이 적은 시기니, 밤에 깨우지 않고 아침까지 재워보기로 하였다. 다행히 현재까지 밤도 무사고다.

+

훈련용 변기는 누리가 두 살이 될 때 샀다. 주변에 지인이 딸이 20여 개월 때쯤 뗐다고 해서 준비했던 것인데, 누리는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거의 1년이 넘도록 훈련용 변기는 세면대 아래 발받침으로 사용되었다.
그 1년 동안 누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내가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한국의 부모님은 전화할 때마다 그 이슈를 묻곤 했고,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누리 또래를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는 나와 같은 부담을 안고 있어 물어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나는 기저귀 떼기가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봤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누리가 두 살 때 훈련용 변기를 사고 "슈슈는 여기에"라고 반복해서 이야기 했더니 늘 소변을 본 뒤에 "슈슈"하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후'가 아니라 '전'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번 반복했지만, 어려웠다. 그래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이웃 아이의 기저귀 떼기에 영향을 받아 작년 이른 봄, 다시 시작했었지만 그 때는 어렵게 변기에 소변을 보고도 누리는 울어버려 역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린이집을 계기로 다시 시작했는데 분명 이전과 차이가 있었다. 누리가 한국에 다녀온 뒤 한국말로 의사표현이 더 정확해졌고, 내가 하는 말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변화들이 있어 이번에 기저귀 떼기는 결과가 달랐다.
누리는 이곳에 아이들과도 견주어 늦게 뗀 편이지만, 대신 그 훈련기간이 짧았다. 짧은 훈련기간은 누리가 늦게 기저귀를 떼면서 생긴 이득(?)이다.

+

누리의 훈련용 변기 - 소변을 보면 전류가 흘러 꽥꽥하고 노래가 나온다.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변기, 속옷을 사주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누리의 경우 그러했다는 것일 뿐 이도 정해진 답은 아니다.

훈련용 변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뒤부터, 한 2~3주 뒤, 어른변기 사용을 권유했다. 처음엔 아이 스스로가 다 큰 것 마냥 어른변기를 좋아 하다가도, 자기가 잠이 오거나 울면 훈련용 변기를 고집하기도 했다. 그건 어른변기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훈련용 변기도, 밤에 하는 기저귀도 너무 익숙해지기 전에 한 걸음 더 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구체적인 시기라는 건 아이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는 기저기 떼는 시기 한가운데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어 그런 도전을 앞당길 수 있었다.

+

나처럼 아이의 낮 기저귀 떼기, 밤 기저귀 떼기를 열심히 검색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은 안되겠지만, 누리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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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과 보고가 아니냐면, 아이가 크면서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 가능하다. 오늘만해도. 밥을 먹다 화장실로 달려간 누리는 바지까지 내리고서도 시간이 부족해 변기 끝자락과 바닥에 실수를 했다. 오늘부터 발판으로 사용하던 훈련용 변기도 이젠 사용하지 않겠다며 자기가 저 멀리 치워버리더니(어린이집 화장실엔 발판이 없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계속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리의 변화와 성장에 매일매일 놀라고 있다. 일년 전만해도, 몇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오늘'이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훈련용 변기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아쉬웠던 점 - 물 내리는 손잡이와 휴지 걸이. 누리는 물 내리기와 휴지 떼기를 무척 좋아한다.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는 훈련용 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