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07days] 육아와 커피

토닥s 2016. 1. 9. 09:23
그 동안은 누리 뒤만 쫓아다니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가끔 비슷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그 아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내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그냥 말을 삼켰다.
나도 내가 힘들 땐 옆에서 아무리 고운 말을 해도 그 말이 고맙게만 들리지 않았다.

연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case by case라고 사람마다 상황따라 다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유독 육아에서는 경험이 더 중요시 되는 느낌이다. 각종 정보와 웹사이트에서 찾은 혹은 주변에서 전해주는 그 경험이 내 아이의 경우에 맞을 때는 문제가 없는데 들어맞지 않을 때, 그 때는 문제가 된다.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보면 육아도 아이와 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점에서 연애와 다를 게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내 경험도 있고, 생각도 있지만 말을 더 아꼈다. 아니 아끼려고 노력했는데 혹시 불편한 조언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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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누리와 비슷한 나이의 딸을 키우고 있는 한국엄마를 만났다. 한 십여 개월만에. 아이들도 전과 다르게 자라 있었고 잘 어울려 놀았다. 생기있는 아이들과 달리 그 한국엄마는 여전히 지쳐 보였다. 나도 그렇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로 일상을 깨우며, 커피로 버틴다는 그 한국엄마를 보며 역시 커피로 육아기를 버틴다는 다른 엄마들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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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갔을 때 비슷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후배가 그런 말을 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왜 그 어느 누구도 육아의 본모습/어려움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그런 말. 여성성, 결혼, 심지어 어머니라는 존재까지도 우리는 다양하게 토론하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세수할 겨를도 없고 늘 식어버린 밥과 차를 마셔야하는 엄마들의 일상을, 밑바닥에서 분열하고 있는 엄마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육아를 다룬 프로그램에서도 고부간의 육아 견해 차이, 직장이냐 육아냐와 같은 고차원적인 이야기만 나올뿐 따듯한 밥을 먹고 싶고, 화장실에 가고 싶고, 더 자고 싶은 말초적이고 원초적인 고민들은 다루어주지 않는다.
리뷰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엄마의 탄생"이라는 책이 출산기/육아기에 있는 엄마들이 마주할 문제/현상/고민들을 신랄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다루었다.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정말 '신랄'했다. 읽으면 출산기/육아기가 더 두려워질지도 모르지만 그 시기를 앞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역시 "당신만 그런 건 아니예요"하고 위로하기 위해 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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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없지만 육아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걸, 경험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나랑 경험주의는 정말 안맞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육아 경험주의보다 엄마들에겐 커피가 더 힘이 되는 동반자일지도 모르겠다. 샷을 추가한 벤티 아메리카노(5샷)를 마시던 후배가 생각나네. 내가 한국가서 커피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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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관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