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150days] 현재 스코어

토닥s 2015. 11. 13. 08:46
화요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간 날, 오후를 담당하고 있는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다른 규정은 없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여벌의 옷과 하루 나눠 먹을 간식용 과일 하나)과 서명해야 할 서류들에 대해서.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누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필요한 경우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 도움을 주는지.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티스토리에서 내 글을 한 번 날려서 다시 구구절절 쓰기가 힘들다) 요지는 보통 의학적 사유가 없으면 만 1세 반에서 2세면 기저귀를 떼는 게 정상이고, 기저귀 가는 건 자기들 업무가 아니다였다. 기저귀를 빨리 떼야하고 그 전까지는 내가 어린이집으로 누리와 함께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엄마들과 함께 하는 적응기를 짧게는 1주, 길게는 4~6주로 보는데 나의 경우는 누리가 기저귀를 떼는 게 적응기를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 누리는 정상이 아니던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이집 그 자체가 누리에겐 큰 변화인데(지금까지는 내가 같이 있어주지만), 기저귀까지 떼야하니 내게 더욱 부담이 되었다.

사실 올해 안에 기저귀를 떼어보자는 계획을 혼자 가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집중적으로. 그땐 지비도 집에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어린이집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

솔직히 그 어린이집을 계속 갈지 그 자체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마음으론 가지 않게 될 경우 49%다. 갑자기 주 5일이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가니 다른 활동들을 다 접어야 할 판이다. 누리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계속하려니 체육수업이 있는 이틀은 체육수업 뒤 밖에서 밥을 사먹이고 서둘러 가야한다.

그런데 영어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느낌이 있는지라 그날 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상했다. 내가 모자란 사람이거나(그렇기도 하지만), 누리가 모자란 아이처럼 이야기 되는듯하여. 그래서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그 전에 기저귀는 떼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2주 뒤에 예정된 여행이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일단 해보는 걸로.

+

다음날 바로 시작했다. 바닥에 몇 번 실례를 하고 보니 가지고 있는 4장의 속옷으론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옷을 더 사기 위해 둘쨋날 어린이집을 한 시간 일찍 마쳤다.

캐릭터 속옷을 사들고 까페에 잠시 앉았다. 고작 어린이집 이틀 갔을뿐인데 한 시간 일찍 마친 '땡땡이'가 어찌나 달콤한지.

어제 오늘 현재 스코어는 이렇다.
어제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고, 2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오늘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지만, 5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나아지고 있다고 누리를 믿기로 한다.

그런데 문득 대변은 어떻게 되는걸까 걱정이 들었다. 기저귀를 하고 있어도 대변은 은밀한 곳에 가야하는 아이인데 훈련용 변기에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전에는 열심히 내가 빨래를.. 하게 되겠지.(ㅜㅜ )

누리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