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세번째 한국여행

토닥s 2015. 9. 5. 00:08
혼자서 누리를 데리고 온 지난 번 한국행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한국행의 여정도 역시 긴장됐다.  간단한 샌드위치를 저녁 삼아 공항 내 까페에서 먹었는데 소화가 안될 지경이었다.  소화가 안된다기보다 속이 울렁거렸다.  지난 번엔 혼자서 누리를 감당하는 것이 버거워 수화물을 보내놓고 최대한 지비와 시간을 보내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였는데, 통과 시간이 너무 걸려 탑승장까지 유모차를 끌고 열심히 뛰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수화물 보내고, 간단 저녁 먹고 일찍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로 하였다.

 

 


 

아빠와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던 누리.  헤어진다니 진하게 뽀뽀하고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 

지난 경험을 거울 삼아 이번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무조건 게이트로 직진하려고 하였으나 너무 빨리 들어왔던지 가야할 게이트 번호도 나오지 않아 공항 실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게이트 번호가 공지되는 대로 뒤도 안보고 갔다.  비행기 두 번 놓치고 나니 공항 게이트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리고 비행기도 얼른 탑승.  탑승해서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잘하라는 아빠의 메시지에 누리의 답 메시지.


 

그래도 나는 좀 어리둥절하거나 이륙시 긴장할 줄 알았는데 빨리 이륙 안한다고 보채더니 이륙할 때는 환호성을 질렀다.  밥이 나오자 다시 한 번 환호성.

아마도 자기 앞으로도 무엇인가 나온다는데, 온전한 승객이 되었다는데서 오는 성취감 같았다.  하지만 정작 기내식에서 먹은 건 작은 식사용 빵, 버터, 사과쥬스, 물이 전부였다.

 

열심히 먹고 떠들더니 평소보다 늦게 잠이 든 누리.  밤 9시 출발 비행기였는데, 영국시간으로 11시 반쯤 잠이 든 것 같다.  참고로 누리의 최근 취침시간은 8시반에서 9시.  늦게 잘수록 늦게 깰 것 같아 그냥 두었다.  

(최근 영국에서 만난 한국엄마가 아이와 비행기 타는 법을 검색하다 내 블로그를 봤다고 한다.  이번 여정에서 느낀 점들을 다음에 따로 더 자세히 올릴 예정이다.)


 

비행기  착륙 1시간 반쯤 전 기내식이 다시 돌려졌다.  우리 차례가 왔을 때 누리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내 것만 받고 먹었는데, 내 식사가 끝나고 나니 눈을 뜬 누리.  역시 누리 아동기내식을 받았고 빵, 버터, 사과쥬스, 물만 먹었다.

인천공항에서 다시 부산(김해)편 대한항공 좌석표를 발권 받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할머니와 이모를 만난 누리.  이번엔 시간이 맞아 김포공항까지 이동하지 않고 바로 인천공항에서 부산(김해)로 오는 연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짐이 런던에서 부산(김해)까지 올 수 있어 한결 편하게 왔다.  하지만 피로는 어쩔 수가 없다는.



할머니를 낯설어 할 줄 알았는데 쏘~옥 안긴 누리.  화상전화로 보고 생각하던 것보다 많이 자란 누리를 보고 놀란 할머니.

도착하던 날부터 누리는 나와의 목욕을 거부하고 할머니만 부른다.  나를 배반했지만, 그래도 효녀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래서 '배반의 효녀'가 되었다.

 

누리는 도착하고 이틀째 되던 날부터 시차적응을 했다.  밤에 뒤척이긴 해도 잠들면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자니까.  나는 초저녁에 '멍순이'가 되었다가 그 순간을 넘기면 새벽 4~5시까지 잠못이루고 있다.  그래도 누리와 관한 많은 일들이 내 손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하면 OK다.

 

도착한 다음날로부터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가고 누리는 그렇게 세번째 한국행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