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023days] 이색 모유수유

토닥s 2015. 7. 9. 06:28
누리가 한 돌이 되기 전까지 가끔 어울려 차를 마시거나 서로의 집으로 초대해 밥을 먹곤 한 두 명의 엄마들이 있다. 비슷하게 딸들을 낳은 엄마들. 한 명은 가까이 사는 (그리고 블로그에 가끔 언급된) 독일인 엄마고 한 명은 한 동네라긴 어렵지만 걸어서 대략 15분 거리에 사는 영국인 엄마다. 이 영국인 엄마와 우리가 사는 곳의 중간 지점에 도서관이 있어 그 근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나를 빼고 이 두 엄마 모두 모유수유를 했는데, 두 엄마 모두 자연주의 육아에 관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 모유수유의 때와 장소에 관해서 스스럼 없는 사람들이었다. 까페에 앉아 모유수유를 해도 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간혹 그런 두 엄마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그럼 우리끼리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저 사람 왜 쳐다봐"하며 불만을 토로하긴 했다. 그래도 모유수유를 계속했다.

그런 굽히지 않는 마음이 부러웠다. 내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어 했더라면 그랬을까 하고 나를 대입해보면 나는 가림막을 구입했을 듯 싶다.

이들 두 엄마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모유수유가 권장되면서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인 엄마는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는 자연스럽지만 아이 기저귀를 가는 건 화장실에서 해결한다. 하루는 외출하였는데 간 곳에 기저귀 교환대도 없고 눕혀서 갈 수 있는 유모차도 없었던 때여서 화장실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았다고 한다. 한국서는 기저귀는 밖에서 갈고 모유수유는 화장실에서 한다는 경험담을 들었는데. 사실 그 이야기는, 화장실에서 모유수유를 했다는 이야기는 화장실 바닥에서 기저귀를 갈았다는 것보다 더 슬프다.

하여간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모유수유 풍경인데 요사이 나도 '띠옹~'한 순간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누리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려고 노력한다. 한 2주 전에 수영장 풀에서 누리랑 첨벙첨벙하고 있는데 얕은 물가에 앉아 아이를 데리고 있던 두 엄마 중 한 명이 풀에 앉아서 모유수유를 한 것이다. 머리에서 그럴 수 있지 생각하고, 입으로도 그럴 수 있지 말해보지만 그뿐이다. 정말 띠옹~했다.

오늘도 수영장에 갔다 평소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인근 쇼핑 상가(?)에 들렀다. 창가에 앉아 누리와 토스트를 먹었다. 창밖을 보면서. 그런데 한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걸어가며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가림막 같은 거 없이. 또 띠옹~했다.

사실 그 상가라는 게 주택가에 위치해서 엄마들이 필요한 브랜드들이 죄다 입점해 있다. 아가방 같이 아이들 용품을 파는 곳에서부터 슈퍼형 약국, 마트. 그래서 곳곳에 기저귀 교환 시설은 물론 수유공간이 있다. 까페도 있고. 그런데-. 나쁘다거나 싫다는 게 아니라 그저 놀라운 풍경이었다는.

내가 띠옹~한 두 풍경은 평범한 것은 아니지만, 모유수유의 풍경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익숙함이 있기 전에 엄마들의 굽히지 않는 마음(용기라 하고 싶지는 않다)이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 엄마들이 고맙다.

+


오늘 간 까페의 화장실이다. 코스타라는 영국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다. 이곳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매장의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다. 그래서 자주 찾게 된다. 심지어 런던을 벗어나도.

보통은 하나의 넓은 화장실에 남녀아기장애인 모두 사용토록 되어 있는데, 기저귀 교환대 시설이나 장애인 시설이 공간부족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면 모든 이용자시설을 다 넣을 수 있는 하나의 화장실을 만드는 게 방법인 것 같다. 기저귀 교환대 옆 문에 달린 두 개의 가방걸이는 짐이 많은 우리 (?) 같은 사람에게 반가운 배려다. 언제쯤 이런 배려가 표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