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etc.] 작지만 큰 것들

토닥s 2015. 6. 11. 06:12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하이드 파크 안에 있는 놀이터를 다녀왔다.  다이애나 기념/추모 놀이터이다.   작년에 쓴 글이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참고하시고( ☞ http://www.todaks.com/1100 ).  놀이터 밖 하이드 파크 공원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가는 길에 화장실을 잠시 들렸다.


줄을 섰다 화장실에 들어서니 좌변기가 터무니 없이 낮다.  '기분이 이상하네'하며 볼일 보며 생각하니 그 터무니 없이 낮은 변기가 어른과 아이 겸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변기의 높이가 내 무릎 근처라면 그 변기는 무릎 약간 아래 종아리 근처 높이였는데, 어른들에게 낮기는 해도 아주 못쓸 정도는 아니었고 아이들에게 높기는 해도 쓸만한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백화점 같은 곳에서 아이용 변기를 볼 수가 있었다.  화장실 자체가 붐비지 않으니 그 아이용 변기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낭비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 놀이터의 경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용자가 많으니 늘 바쁜데 아이들을 꼭 아이용 변기가 빌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어른들 역시 꼭 어른용 변기가 빌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작지만 어른과 아이를 위한 생각이 담긴 설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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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스토크 온 트렌트를 갔을 때 S마트에 들렀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건물 밖으로 향하는 커다란 출구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보였다.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아닌 뜯지도 않은 씨리얼 같은 제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푸드뱅크의 기부함이었다.





푸드뱅크는 음식들을 기부 받아 생활이 곤란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특성상  통조림 같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신선한 음식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된다.


그런 푸드뱅크 존재를 알아도 일상생활에서 기부활동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가끔 가는 도서관에도 이 푸드뱅크의 기부함이 있는데, 늘 가서 보면 생각이 난다.  사실 먹을 것만 사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통조림 같은 장기간 보관/유통되는 제품을 사는 일도 잘 없다.  일전에 한 프로그램을 보니 1 buy 1 get free라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무료로 주는 상품들을 살 때 사람들은 덤으로 받은 나머지 상품을 잘 기부한다고 한다. 


하여간 이런 푸드뱅크의 기부함이 마트 앞에 딱 버티고(?) 있으니 나처럼 도서관 갈 때 챙겨야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기부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기부함은 결코 작지 않지만, 작은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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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이 종종 있다.  작아도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을 길어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