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84days] 작심삼일

토닥s 2015. 5. 31. 06:23

지난 화요일에 만난 이웃이 이제 그 집 아이는 완전히 기저귀를 떼었다고 했다.  그 집 아이는 누리보다 6주 늦게 태었는데, 기고, 걷고 모든 것이 누리보다 빠르다.  오빠가 있어 영항이 있는 것도 같다.  그 집 아이 두 돌 지나고서 늘 기저귀 발진으로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이웃은 기저귀 떼기에 바로 돌입했다.  그러다 겨울오고 아이가 아프고 하면서 다시 기저귀로 돌아갔다가 봄이 오는 즈음에 다시 시작한 기저귀 떼기.  한 두어 달만에 마무리 지은 것 같다.


이웃의 말을 듣고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누리의 기저귀 떼기에 돌입.  그러나 작심삼일로 끝나고 말 모양세다.


사실 나도 훈련용 아기 변기는 두 돌이 지날 무렵 사두었다.  "'슈슈'하고 싶으면 말해"라고 했지만 한참 동안 멀뚱히 쳐다만 보던 누리.  그 뒤엔 늘 소변을 보고 난 뒤에 어기적 거리며 알려주었던 누리.  귀찮아도 아기 변기에 앉혔다.  쓰던 기저귀를 다시 사용하지 않으려던 탓에 하루에 기저귀를 10장 가까이 소모했다.  그래도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원할 때마다 갈아주었다.  그러기를 두 어달.  봄이 되면서 누리도 한 차례 앓고 하면서 '그 느낌'을 완전히 잃어버렸는지, 나도 아픈 아이를 강제하지 않았고, 소변을 보아도 딱히 알려주지 않았다.  그 동안 아기 변기는 너무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바로 변기로 기저귀 떼기를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사둔 변기의 앉는 부분을 일반 변기에 올리면 아이가 좀 편하게 앉을 수 있고, 빠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기 변기는 발판이 되는 구조다.  그렇게 앉혀두고 "슈슈"를 외쳤건만 소용이 없었다.  그 전에도 몇 달을 시도해도 단 한 번도 소변을 보지 않은 누리.


이웃이 집에선 아이에게 기저귀를 입히지 않고, 소변을 보면 젖은채로 잠시 두어 불쾌함을 가지도록, 그래서 빨리 소변 보기를 익히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나는 그 방법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달리 방법이 없어 누리도 집에선 기저귀를 입히지 않고 지내보았다.  변기에서도 소변을 보지 않고, 한 두시간 멀쩡히 내 옆에서 잘 놀다가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 꼭 소변을 봐버린 것이다.  하루에 두 번씩 옷을 갈아 입히고 바닥을 치웠다.  한 번도 소변을 변기에 보지 않은터라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그 경험을 알 것 같은데,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외출을 하기 위해서 기저귀를 입히면 참았던 소변을 보는지 바로 소변을 기저귀에 보는 것이다.  30분 마다, 사실은 더 자주 화장실 갈래 물어도 "노~노~" 선명하게 답하면서 내가 잠시 시선을 거둘 때 소변을 봐버리거나, 기저귀를 입히면 소변을 보아서 내가 스트레스를 주었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직 '그 느낌'을 잘 모르는 누리라서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기저귀 떼기는 언어 능력과 맞물린다는데,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누리는 당연히 늦는게 아닐가 싶지만 이제 앞으로 4달 뒤면 세 돌이 된다는데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생겼던 것 같다.  어차피 학교도 늦게 가는데 내년이면 되겠지하고 편하게 마음을 먹을까 싶다가도, 기저귀가 없으면 나도 저도 편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한국의 엄마들은 한 돌 지나 아이가 걷게되면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요즘의 엄마들은 여기처럼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세 돌까지는 그냥 둔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닌 말로 누리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다.

주변에 누리랑 비슷한 또래 중 이웃을 제외하고 아무도 기저귀 떼기를 서둘지 않아 나도 그 대열에 슬며시 동참하였는데.. 어렵네.


+


기저귀 떼기가 고민은 고민이지만, 나만 고민하는 것 같다, 일상과 시간은 그대로 굴러가고 흘러간다.  오늘 오전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태웠는데, 이젠 아기들이 타는 바구니형은 안탄단다.  일반형으로만 고집하는 누리.  바로 얼마전까지는 저기 혼자 앉아 있지도 못했는데.  이젠 높이 높이 밀란다.





그리고 오늘 오후 앞머리를 잘라주었다.  지난 1월 머리를 잘라줄 때만해도 울고불고, 머릿카락을 모으는 덮개는 안하겠다고 울고불고 하였는데 이젠 이쁘게 해준다니 가만히 앉아 있는다.  이런 것 보면 많이 컸는데 밥 먹는 거, 기저귀 하는 거 보면 갈 길이 멀고 뭐 그렇다.


+


기저귀 떼기가 작심삼일로 끝나 오늘 하루 쉬었다.  내일 하루 종일 비온다니 외출할 일 없을 터.  다시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