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82days] 심호흡

토닥s 2015. 5. 29. 06:40

누리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빙Bing〉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EBS를 보니 BBC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많이 수입되었던데 왜 이 프로그램이 거기에 끼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데.  일단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한 숨 돌릴 수 있어 좋고, 내용이 '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최근 본 에피소드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 빙(토끼)과 빙의 절친 술라(코끼리)가 다퉜다.  각자 인형을 가지고 차 마시기 소꿉놀이 중이었는데(참 영국답다) 빙과 빙의 인형이 무례하게 행동하여 화가난 술라가 빙의 인형을 바구니에 넣으며 소꿉놀이에서 빠지라했다.  역시 화가 난 빙이 술라를 밀었다.  그러고선 각자의 보호자에게 뛰어갔다.  서로의 잘못을 말하는 둘 말고 함께 소꿉놀이 한 판도(팬더)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상황을 전해들은 두 보호자가 둘에게 서로 사과하라고 했지만 싫다는 빙과 술라.  그러니 술라의 엄마쯤으로 보이는 엠마가 둘을 발코니로 데려갔다.  그러고선 화를 저 하늘에 뜬 구름에 담아 날려버리자며 각자의 구름을 정하고 '후~후~'불라고 한다.  그렇게 '후~후~' 불고나니 조금 화가 풀린 둘.  그리고 서로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했다.  둘은 구름을 불었지만, 그건 심호흡이었던 것이다.


그 에피소드를 보고 나도 화가 나면 '후~후~' 불어보자고 생각했다. 


오늘 '후~후~' 몇 번을 불었던가.  그 횟수가 기억나지 않을 때, 누리와 벌써 여러 번 다투었을 때 집을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능하면 비가 오지 않는 날엔 나가는 편인데, 오늘 비는 오지 않았지만 미뤄둔 집청소를 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내버렸고(하지만 내 뒤를 따라다니며 다시 난장판을 만든 누리) 거센 바람을 핑계로 집에 있었다.  거기다 내가 몸이 좀 불편하다는 넉넉한 핑계까지 있어서.





대략 살 것들을 정하고 집에서 가까운 쇼핑센터로 버스를 타고 갔다.  집을 나서니 신이 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간 누리.  가다가 한 번 철퍼덕 넘어졌다.  장을 보고 누리가 집과 수영장에서 신을 여름 슬리퍼/샌들을 샀다.  상품을 집어드니 싫다고 나가자고 "노~노~"를 외쳐서 상품을 두고 돌아나왔다.  아이들 의류 코너를 나설 즈음 다시 "슈즈~슈즈~"를 외치는 누리.  정말 한 번 쥐어박고 싶었으나 '후~후~' 심호흡 한 번 하고 나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맞는 사이즈의 샌들을 사들고 나왔다.  까페에 앉아서 숨 한 번 돌리고 화장품 가게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둘이서 지지고 볶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는 걸 다시 새긴 하루다.  아직은 간식부터, 기저귀, 여벌의 옷, 장난감 챙겨야 할 것이 많지만.